제목을 한 번 읽고, 다시 읽어본다. '엄마 휴직'이라는 말 때문이다. 엄마라는 역할에서 잠시 휴직하겠다는 선언이 낯설게 다가온다.
이 책은 '남자는 바깥 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통념에 맞서 엄마 휴직을 선언하고 바깥양반이 되기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왜 아빠는 주양육자가 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시작된 엄마 휴직의 계기부터, 남편과 역할을 바꾸면서 부부와 아이에게 나타난 변화까지 6개월의 여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엄마 휴직을 하고 3년 만에 일터로 복귀한 저자는 아이와 남편의 일정에 맞춰 대기하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는 삶을 살며 주체성을 회복한다. 아이의 "엄마 최고!"라는 말로 채워지지 않는, 내 가치와 존재를 집 밖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쾌락을 느낀다.
집에서는 또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남편은 유치원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서 소통하기, 동네 육아 커뮤니티 교류 등 처음에 익숙치 않아서 잘하지 못했던 일을 점차 잘해나간다.
저자는 깨닫는다. 지금껏 자신이 살림과 육아를 잘해냈던 이유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살림과 육아에 정성껏 매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자의 얘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빈껍데기가 된 성별 고정관념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아빠도 주도적인 주양육자가 될 수 있고, 엄마도 죄책감 없이 출근하는 평범한 바깥양반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독박 육아나 생계부양의 책임을 지우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엄마 휴직을 선언한 것은 이기적인 엄마여서도, 아이에게 무관심해서도 아니다. '엄마의 부재'라는 말은 여성들에게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죄책감을 안기고, 살림과 양육은 엄마가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단단히 굳힌다.
이 책은 성별에 따라 살림과 양육의 주체가 결정되는 전통적인 가족 풍경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서로 배려하고 신뢰하며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가족상을 제시한다.
저자는 솔직하다. 아이와 독대하는 것이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라고 털어놓고, 전업주부의 억울함과 화의 원천은 매일 반복되는 보상 없는 '돌봄노동'에 있다고 꼬집는다. 타인의 평가로 해고당하지 않는 직업인 전업주부로 사는 게 편한 점도 있다고 고백한다.
꾸밈 없고 담백한 얘기들은 살림과 양육, 돌봄노동의 고됨을 아는 이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책의 후반부에는 육아휴직 제도부터 살림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까지 정리했다. 23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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