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대구에 한 종교집단에 의해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봉쇄조치는 없었지만 타지에서는 대구 사람들의 출입을 꺼렸고 지역의 시민들은 외출조차 삼갔다. 이런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에서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소설을 만났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방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1947년 작 '페스트'이다.
이 작품은 조용한 해안 도시에 죽은 쥐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페스트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죽어나가면서 오랑시에 봉쇄명령이 내려진다.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그러면서 도시를 탈출하려는 자와 재앙에 맞서 싸우려는 자들이 생겨난다. 위기에는 영웅이 나타난다고. 하급관리 장 그랑이 영웅으로 등장한다.
'자원 보건대'의 서기 일을 도맡아 자질구레한 일들을 해내는 그랑은 보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실질적 대표자였다. '보건대'를 만든 타루와 리유를 비롯해 크고 작은 일을 맡아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로 연대해 재앙과 맞섰다. 공동체의 안전과 행복에 가치를 두고 묵묵히 행동하는 사람들. 그들은 아름다운 영웅들이었다.
반면에 낯선 도시에 취재차 왔다가 갇히게 된 기자인 랑베르는 탈출을 시도한다. 그런데 탈출할 기회가 오자 "나는 늘 이 도시와는 남이고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이제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나도 이곳 사람이라는 걸 알겠어요. 이 사건은 우리 모두와 관련된 것"(273쪽)이라며 오랑시에 남는다.
선이 선을 낳는다.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던 랑베르였지만 보건대의 선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고, 전염병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와 관련된 일임을 깨닫게 되고 피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구성원은 그 연결고리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랑베르를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설은 페스트가 소멸되고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끝을 맺는다.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또 다시 재앙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리유의 말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되어 커다란 울림으로 남는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강현옥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