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은 문화부에 배치되었지만 국제부 기사까지 써야 했으므로 야근이나 철야가 일상이었고 주말에도 취재 현장이나 기자실로 출근해야 했다. 그러나 육체적인 피로는 육체에만 갇혀 있을 뿐, 연진을 아프게 하지 못했고 일하며 돈을 버는 평범한 일상을 환멸에 이르게 하지도 못했다. 다른가. 저들과 내가 다르다면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강렬한 확신을 양손에 쥔 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위에 가담한 선배 기자들을 볼 때면 그런 식의 의문이 시작됐고, 그 다른 무언가를 의식하고 열거하고 분석하다 보면 도덕적 열등감이 뒤따르곤 했다. 때로는 열정과 신념이 휘발되는 공허가 엄습했는데, 그럴 때면 연진은 자신의 전 생애가 부식해가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조해진, '경계선 사이로' 中. 신동엽문학상 역대수상작 신작소설집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에 수록. 소설집 '환한 숨'에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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