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학과 출신 한 시민운동가 이야기다. 그는 2010년 청주시의원에 당선된 뒤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세계를 선도하는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나라들이었다. '100년 전만 해도 척박한 환경의 가난한 농업국이던 북유럽 국가들이 어떻게 5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북유럽으로 떠난다.
그 여정에서 다양한 도서관을 만난다. 돌아와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이뤄졌구나'라고 느낀 순간 그는 또 다시 북유럽으로 향한다. 이 책은 그가 10여 차례에 걸쳐 북유럽 국가의 도서관 80여 곳을 답사해 완성한 '북유럽 도서관 견문록'이다.
흔히들 '복지국가'라고 하면 국민의 임금이나 건강, 혹은 주거 복지에 특별히 신경쓰는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빈부 격차로 인한 생활 불안을 국가가 덜어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며 그 길을 '도서관'에서 찾았다.
지은이에 따르면 복지정책의 요체는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 민주시민 의식을 기르는 데 있다. 이는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데, 그 역할을 바로 도서관이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기 위해선 도서관이 왜 중요하고,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1900년 전후 북유럽의 근대화를 주도한 사람들은 독서운동부터 시작했다. 계몽을 통해 근대적인 시민의식과 자주의식을 갖게 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소득을 높이며 생활을 개선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며 "복지국가를 향한 모든 사회개혁 과정에서 도서관이 시민의식 함양이라는 굳건한 토대를 쌓아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은이가 만난 북유럽 도서관의 특징 중 하나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만남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이다. "도시 중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도서관을 만들려고 한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정숙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관념은 거의 안 보인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쉽게, 편하게, 많이 모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지은이는 덴마크 헤아닝 중심가에 있는 방치된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한 '헤아닝 도서관'을 예로 들었다.
이 도서관에선 매일 다양한 행사와 강좌, 모임이 열린다. 1층엔 카페와 신문·잡지 등을 볼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 사람들이 작은 프로그램이나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입소문을 탄 도서관은 금방 명소가 됐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심을 바꿔놓았다는 게 지은이의 설명이다. 결국 도서관을 '만남의 공간'으로 만들어 우연히 방문한 시민들이 책을 읽도록 만든 것이다.
지은이는 도서관이 만남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접근성이 높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모든 국민이 도서관 서비스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같은 북유럽 도서관 이야기를 우리 사회 전체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도서관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도서관이 어떻게 복지국가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를 찬찬히 짚어보며,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책 읽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좋은 도서관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복지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28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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