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삶 망친 그 놈 출소…눈뜨고 못 봐" 극단적 선택한 딸, 성폭행범은 형량 줄어


대법 "판결선고 전 피해자 사망 양형 반영…가해자에게 방어 기회 안 준 것은 위법"
피해자 "가해자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유서… 母 “내 딸 죽인 살인자다” 오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성폭행 피해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한 여고생이 지난해 4월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관련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징역은 오히려 9년에서 7년으로 감형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2부(견종철 부장판사)는 강간치상죄로 기소된 A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에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한 뒤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판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심 끝에 양형기준(5∼8년) 안에서 판단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법정에 있던 피해자의 어머니는 "말도 안 된다. 내 딸을 죽인 살인자다"며 한참을 오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교 1학년이던 피해자 B양은 지난 2019년 6월 28일 교제 중이던 같은 학교 3학년 A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A군은 B양과 단둘이 술을 마셨고 B양이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A군과 B양이 다니던 학교는 전교생 20명 안팎의 작은 학교였다. B양은 사건 이후 A군과 분리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겪었다.

이후 B양은 A군을 고소했고 1심 재판부는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간음하고도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피해자에게 거짓말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군의 가족은 피해자에게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연락하는 등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A군 역시 판결에 불복하며 줄곧 범행을 부인했다. 이후 B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불면증을 겪다가 2심 선고를 앞둔 지난해 4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B양은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 내 삶, 내 인생을 망가뜨린 가해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라는 말을 남기고 가족들 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B양의 사망이 성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A군의 형량을 9년으로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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