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테스트'가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이마에 알파벳 E를 그려보라는 간단한 테스트다. E를 그리는 방식이 상대방이 바라보는 방향이냐,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이냐가 곧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E를 그린 경우 상대적으로 덜 이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다는 게 테스트 분석 결과다. 이러한 성향은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인 공감능력 결여와도 이어지는데, 10명 중 2, 3명 꼴로 나타난다고 한다.
테스트 결과, 만약 내가 2, 3명에 속해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악인으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어쩔 수 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악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악의 기원이나 본질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아닌 악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다룬다. 사이코패스, 거짓말, 관음증, 정신분열증(조현병), 다중 인격 장애, 자기혐오, 강박 등 병증뿐만 아니라 갑질과 차별, 복수, 가정폭력과 같은 사회 문제를 심리학의 관점으로 어떻게 볼 것인지 쉽고 편하게 서술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악인이 될 수 있다.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일부러 유발하는 질투심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토키와 집착이 된다. 직장에서는 철두철미함을 자랑하는 완벽주의자가 가정에서는 강박증 환자나 자기혐오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선과 악은 모호하게 엮여 있고, 바라보는 방식과 상황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처럼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도 언제든 비정상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인간이 악을 행하는 심리적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인간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 책의 제목이 '인간의 악을 탐구하다'가 아닌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로 붙인 까닭도 그에 있다. 인간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나와 하나의 인격체를 형성하고 있는 악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유연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32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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