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음을 움직이는 말

정태수 서예가
정태수 서예가

"칭찬 한 마디로 두 달을 행복하게 산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말은 의사소통의 도구이면서 갈등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말을 뜻하는 한자 언(言)자는 혀가 입 밖으로 길게 튀어 나온 모양이다. 혀를 뜻하는 설(舌)자는 입에서 혀가 천 번이나 움직인다는 의미이니 선인들은 세 치 혀를 조심하라는 경구(警句)를 많이 남겼다.

조선 후기 성대중은 '청성잡기'에서 "재앙은 입에서 생긴다"고 하였고, '명심보감'에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와 같다. 한마디라도 무겁기가 천금과 같고, 한마디 말이 상하게 할 때는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 같다"는 말도 있다. 말의 중요성을 가늠하게 하는 경구들이다.

예컨대 조선의 황희 정승이 젊은 시절 길을 가다가 밭에서 일하는 노인을 만나 나눈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에 대한 귀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 노인은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를 끌고 밭을 갈다가 쟁기를 벗기고 쉬고 있었다. 황희가 노인에게 "두 마리 중에서 어떤 소가 일을 잘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노인이 황희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누렁소가 훨씬 잘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황희는 노인에게 왜 귓속말로 소곤거리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남보다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서운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크게 깨달은 황희는 그 뒤로 말을 할 때는 상대를 존중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신중하게 처신하여 조선의 명재상이 되었다.

이와 같이 과거에는 말하는 사람이 삼가고 진중해야 됨을 중시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소통에 관심이 많다. 즉 원활한 소통을 위해 나의 말은 줄이면서 상대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은 말을 하며, 허물은 덮어주고 칭찬은 자주하고, 한번 말한 것은 책임지며, 듣기 좋은 소리보다 마음에 남는 말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밤늦게 퇴근하는 가장에게 "다녀오셨어요"라는 귀에 머무는 상투적인 말보다 "추위에 많이 힘들었지요"라는 마음을 흔드는 말 한마디가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것이다. 이처럼 '좋은 말'은 멋진 말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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