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은 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 가치의 총합이다. 나라의 경제 규모를 수치화(數値化)한 것인데, 이를 인구로 나누면 1인당 GDP다. 소득분배나 복지지표 등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수치여서, 1인당 GDP만을 비교해 어느 국민이 잘살거나 못산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GDP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 정책에 따른 경제 성장과 변화를 반영해서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追越)당할 전망이다. 2003년 한국(1만5천211달러)이 대만(1만4천41달러)을 앞선 뒤 2018년엔 격차가 1만달러가량 벌어졌는데 급기야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일본이 한국에, 한국이 대만에 뒤처지게 된 결정적 이유를 되새길 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2026년 역전된다고 내다봤는데, 1년 앞당겨졌다. 반도체 호황(好況)에 대만 경제는 올해 2분기 8% 넘게 성장했다. 올해 성장률은 4%대 중반, 내년 전망치도 3%에 육박한다. 그런데 한국은 2분기 0.7%, 올해 0.9%, 내년 1.8%다. IMF는 2030년엔 한국이 다시 대만을 앞선다고 예측했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빗나갈 공산이 크고,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1인당 GDP 4만달러 돌파도 대만이 한국보다 앞설 전망이다. 대만은 내년, 한국은 2027년을 예상한다. 그것도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과 원·달러 환율이 순탄(順坦)하게 유지됐을 때 시나리오다.
정부는 정체(停滯)의 주요 원인으로 혁신이 늦춰진 제조업을 꼽는다. 주력 산업이 선박·석유제품·자동차·반도체 등에 머물다 보니 성장률도 지지부진(遲遲不進)하다고 판단해 인공지능(AI)·초혁신경제 투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빚을 내서라도 국가 경제 덩치를 키우면 GDP 대비 국채 비율이 낮아진다며 잠재성장률 높이기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AI로 구조개혁을 이룰 수 없고, 고물가에 신음하는 내수와 마냥 쉬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도 AI 집중 투자로 해결할 수 없다. 인구 위기부터 재정 고갈 지경에 내몰린 국민연금·건강보험 문제를 외면한 채 성장률을 높일 비법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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