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다당제 연합' 카드에도 시큰둥한 야권 "진정성 없어"

사실상 '安 러브콜' 해석도… 安 "들은 바 없어"
심상정 "오랜 약속 뒤집고 배신한 게 문제"
김동연 "양치기 소년 아닌지 의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대선을 13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제 개혁·개헌' 카드로 대선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을 내세워 제3지대 야당 후보와의 이른바 '표심 단일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과의 정치개혁을 고리로 '연합 전선'을 구축해 접전 국면을 깨고 판을 뒤집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한 사실상 '러브콜'로 후보 단일화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과 아울러 다당제 보장을 위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대선 직후에 동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국민통합 개헌으로 권력 구조를 민주화하겠다"며 "3월 9일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고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국민통합 정치'의 첫 번째 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등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당 후보들을 겨냥한 것이다.

다당제 정착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 온 국민의당과 정의당으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안을 발표한 뒤 '이재명 후보가 안철수 후보한테 직접 단일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의 반응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은 민주당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안철수 후보는 선대위 회의 후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발표에 대해 "저는 들은 바 없다"면서 '민주당이 안 후보가 평소 말하던 다당제 등과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는 질문에도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실행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것을 연대와 단일화하고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심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그동안 계속 얘기했지만 뒤집었던 게 문제"라며 "선거와 연동해서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후보는 "양치기 소년이 돼선 안 된다. 문제는 진정성과 실천에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야권 단일화 결렬 위기에 내몰린 국민의힘은 "진정성 없는 개악쇼", "선거용 고육지책"이라고 폄하했다.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치 개혁안에 대해 "싸늘한 민심에 아무리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적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엄중한 정치개혁을 이야기할 때에는 진정성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통합'을 얘기하면서 국민적 합의도 안 된 개헌을 덜컥 얘기하고 '협력하는 야당'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작 야당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각종 회의체를 만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대목은 결국 이번 제안이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선거용임을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고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