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치솟는 물가, 정부가 안 보인다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고 있다. 서민 생계와 직결된 생필품 가격이 하루가 달리 오른다. 식자재 삼겹살 햄버거 피자 소주 등 외식 가격도 인상 도미노를 이루며 서민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대구시 대형마트 가격 동향을 보면 신라면은 8.9%, 단팥빵 가격은 13.2% 뛰었다. 지역 고깃집에서 파는 국산 삼겹살 가격은 1년 전보다 3.4% 올랐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012년 이래 10년 만의 최고치인 3.1%로 수정 전망했다. 이마저도 전기·가스 요금 등 에너지 가격 인상은 선거 이후로 맞춰져 있다. 물가인상은 재정지출 증가와 민감하게 맞물린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돈 풀 궁리만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물론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들이 앞다퉈 재정지출을 늘렸고 그 결과는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문제는 선진 강국들이 코로나 탓에 과도하게 풀린 재정 회수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확장 재정을 더욱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그동안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시중에 금리 인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지난해 133.3에서 올해는 130.7로 낮출 계획을 세웠다. 독일은 지난해 72.5에서 69.8로, 스위스도 42.7에서 41.6으로 줄여 재정건전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는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6·25전쟁 후 71년 만에 '1월 추경안'을 만들더니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 그것도 정부가 제출한 14조 원 추경안을 정치권이 야합해 17조 원짜리로 늘렸다. 소상공인 등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시기적으로 '날치기'를 해야 할 정도로 시급했냐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이런 나랏돈 뿌리기는 결국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해 서민 삶을 더욱 옥죈다. 서구 선진국들이 긴축재정과 금리 인상 등으로 풀린 돈을 다시 회수하려는 이유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졌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밥상 물가에 서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가 예견돼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권 교체기에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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