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19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뜻하는 586세대. '586, 그들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이 책의 부제다.
문화인류학자인 지은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신(新) 양반사회'라고 규정한다. 정치와 도덕이 분리되지 않았던, 조선시대 양반사회를 떠받친 성리학적 인식체계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겨냥한 집단은 진보 진영의 586세대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양반의 집단의식 근원을 추적하고, 이 같은 유교적 이데올로기를 오늘날 586세대가 어떻게 내면화했는지를 분석한다.
지은이는 과거 양반들이 사람을 '군자'와 '소인'으로 구분한 것처럼, 이들 또한 사회 구성원을 '정의로운 자'와 '부도덕한 자'로 나눈다고 봤다.
지은이에 따르면 근대 시민사회에서 정의는 법을 지키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586 기득권이 말하는 정의란 법 위에 존재하는 윤리 규범이자 유교적 개념인 '의'(義)에 가깝다. 유교 이데올로기는 내면의 도덕성에 근거한 의로움이, 법과 제도를 규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은이는 586세대가 내면화한 유교 이데올로기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조국·윤미향 사태'를 꼽았다. 조국·윤미향 지지자들은 '양반'(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집단)과 '소인'(운동권에 속하지 않는 집단)을 가르고, 정의를 법 위에 존재하는 도덕적 심성의 문제로 파악한다. 법의 원칙과 절차를 멀리하고, 도덕적 우월성과 '역사적 진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근대 시민사회는 어느 집단도 다른 집단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다양한 혜택 역시 양반사회의 속성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독립유공자 예우법은 손자녀까지 교육·취업을 지원하고 생활비도 보조한다. 심지어 7·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유공자 가족에게 5∼10%의 가산점을 준다. 이는 '법 앞의 평등'이란 시민사회의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이고 '공정한 나라'와 '진정한 민주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책이다. 26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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