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 사건, 사고들과 원하지 않는 동행을 하고 있다. 그런 각종 불행한 일이 나에게만은 오지도 말고 오더라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기를 바란다. 나의 삶은 언제나 따뜻함, 편안함에만 둘러싸여 있기를 원한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뜻대로 되지 않고 불안과 슬픔이 엄습하곤 한다. 주저앉고 싶을 때 누군가 내미는 손, 그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위안을 받고 일어설 수 있다.
이정희 시인의 동시집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활자에서 느껴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온기로 채워주었다.
석류꽃
매화 목련 복사꽃 배꽃 영산홍/ 지고 난 뒤// 혼자 빨갛게 피었네.// 빨간 꽃 초롱/ 가지마다 조롱조롱/ 불 밝혀 놓고// 누구를// 저렇게// 기다리고 있을까.
석류의 꽃말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서로 통한다'라고 한다. 꽃말의 주인공은 꽃이 아니다. 꽃말을 만들어 준 사람이, 그리고 누군가에게 꽃말을 마음에 담아 그 꽃을 건네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곧 꽃은 꽃이 아니고 그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된다. 마음속에 있는 꽃이 세상의 꽃으로 피어 나와 마음을 전달한다. 마음속에 꽃이 있는 사람은 세상의 꽃들을 눈에 담는다. 석류꽃이 시인의 마음 꽃밭에서 자라나 세상의 단 하나의 꽃 '기다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시인은 이만 구천 일 이상 품어 온 동심을 첫 동시집 '담쟁이와 돌담'에 담았다. "늦은 나이에 쓰게 된 동시이지만 동시는 참으로 마음을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동심의 눈으로 보면 걸레가 '어두운 곳 환히 밝히는 촛불'이 되고, 계절은 릴레이 선수가 되며, 담쟁이와 돌담이 '도란도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은 것이라도
작은 겨자씨 한 알// 지구를 힘껏 뚫고 올라와// 파란 하늘// 받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뒤돌아보는 것도, 멈춰 서있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을 직면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한없이 나약하고 무기력한 인물이 되어버린다. 그때 누군가의 어깨 두드림이나 한 줄의 문장은 힘을 준다. 여기 1~1.5㎜ 정도의 크기인 겨자씨가 지구도 뚫고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묘사에서 나는 달콤한 찔림을 받았다. 시인의 따뜻한 동심이 전이돼 이 동시집을 읽는 이도 그 따뜻함에 물들 것이다.
최중녀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