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도슨트. 명화(名畫)에다 호르몬을 접목한 지은이의 발상이 기발했다. 지은이는 의사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과 연세대 의과대학 혈관대사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EBS '명의'와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 등에 출연하면서 호르몬 건강 상식을 알려왔다.
그런 그가 책 소재로 선택한 것이 미술 작품이다. 명화를 통해 14가지 중요 호르몬을 소개한다. 초상화를 보고 호르몬 문제를 진단하고, 풍경화가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호르몬의 특징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명화 감상에다 호르몬 상식까지 '1석2조'를 챙길 수 있는 책이다.
별다른 말이 필요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자. 모나리자의 특징 중 하나는 눈썹이 없다는 점이다. 일부 사람은 16세기 유럽의 패션 유행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지은이는 건강학으로 접근한다. 그녀가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적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았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중년 여성에게 흔하게 발병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눈썹은 심하게 빠지며 눈두덩이 붓고 우울감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놀랍게도 모나리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증상들이다. 그러면서 갑상선호르몬 부족 문제를 겪는다면 요오드가 많이 함유된 해조류를 섭취하거나 티로신이 많은 견과류를 먹어주면 좋다고 조언한다.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해바라기'도 분석해놓았다. 해바라기는 노란색 일색인데도 단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노란색이 미묘하게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흐는 평생 노란색에 집착했다. 이를 위해 독주 압생트를 마셨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고흐의 집착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승화되었지만, 호르몬의 관점에선 도파민 과잉이 의심된다.
도파민은 극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격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과다 분비되면 집착, 충동, 중독, 심지어 갑질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도파민을 아예 차단할 경우 또 다른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파민 관리는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을 통해 자기 통제감을 키워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잠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멜라토닌 부족은 잠 못 들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성장이나 대사, 혈당, 피부 건강 등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림 속 인물들의 기운없는 모습과 어두운 낯빛은 전형적인 멜라토닌 부족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면역력과도 관련이 있어 멜라토닌이 부족하다면 전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숙면을 하지 못해 아침이면 몸이 천근만근이라면,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이 걱정이라면, 멜라토닌에 관심을 가져보자고 조언한다.
이 책은 각 장의 부록에서 호르몬 균형을 되찾아주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도 소개한다. 실제 진료 사례와 연구 결과에 근거해 세심하게 정리한 호르몬 처방전이다. 명화를 살펴보며 몸 상태를 스스로 진단한 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관리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이 책이 재미있으면서 알차게 만드는 요소다. 312쪽, 1만7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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