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시대의 지성이고 큰 스승이신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영결식이 있었다. "애초에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시고 떠나시는 위대한 스승을 보내면서 우리는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시간을 온전히 들여 읽으려고 여러 날을 쟁여 두었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펼쳤다.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라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기다움으로 존재해라. 일상 속에서 늘 깨어있어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라'라는 가르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였지? 나는 온전한 나로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자기다움의 세계' 속에서 살아야겠구나, 일상에 타협하지 말고 늘 깨어 있어야겠구나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선생님은 문학박사, 문화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논설위원,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주관, 초대 문화부 장관 등 수식어가 많은 분이다. 시대의 지성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창조하는 일생을 사신 큰 스승이다. 이런 그가 최근 병마와 마주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죽음을 앞둔 노교수와의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조선일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2019년 10월 19일자 기사)를 초안으로 2021년 10월 발간된 단행본이다. 16번의 인터뷰(마지막 수업)와 62편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인터뷰 원문이 수록되어 있다. 선생님의 말씀을 김지수 작가를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감사함 외에도 삶을 초월한 노 교수의 깊은 성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듯한 감동이 전해진다.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노교수의 고백과 '이번이 내 마지막 인터뷰'라는 첫 문장이 책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게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줄을 그어야 했다.
"왜 흔들리겠나?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중략) 촛불은 끝없이 위로 불타오르고, 파도는 솟았다가도 끝없이 하락하지. 하나는 올라가려고 하고 하나는 침잠하려고 한다네. (중략) 촛불과 파도 앞에 서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294쪽)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시큰해지는 코끝을 참는다. 가르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대의 손에 이 책을 쥐여 주고 싶다.
이승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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