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30 어른이들, '포켓몬빵'에 다시 빠졌다…편의점 원정까지

지난달 24일, 약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 화제

16년 만에 재출시된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연합뉴스

2030대가 '포켓몬빵'에 빠졌다.

1999년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미디어 믹스 제품인 포켓몬빵이 단종된 후로부터 16년 만인 지난달 24일 재출시되면서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빵은 출시 20일 만에 450만 개가 판매되는 등 빠른 흥행에 성공했고 지금도 시중에서 '품귀 현상'이 일 정도로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상태다. 업계는 포켓몬빵이 추억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로 재출시된 만큼, 이번 마케팅 성공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담은 또 다른 제품의 출시가 속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켓몬빵에 빠진 2030대

직장인 박현구(30) 씨는 최근 회사 점심시간이 될 때마다 '편의점 원정'을 다닌다고 했다. 단연 포켓몬빵을 찾기 위해서다. 도보로 30여 분 정도 걸으면 들르는 곳은 6~7곳 정도. 박 씨는 "먼저 선수 치는 사람들이 많아 운 나쁠 땐 빈 손으로 가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내가 운이 좋을 땐 4~5개도 얻는다"고 말했다. 박 씨는 "유년시절 포켓몬빵 한 개를 사 먹기 위해선 부모님 다리도 주물러야 하고 새치도 뽑았어야 했다"며 "지금은 100개도 거뜬히 살 수 있는데, 옛 추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이렇게 한다"고 했다.

포켓몬빵은 지금도 구하기 어렵다. 지난 16일 오전 대구 중구·수성구 편의점 15곳을 방문한 결과, 포켓몬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의점 직원 박모(41) 씨는 "보통 오후 1~2시 사이에 배송 차량이 올 때 2~3개씩 들어온다"면서도 "빵이 놓아지는 동시에 팔려나가기 때문에 구매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직원은 "오전만 해도 성인 10여 명 이상이 '포켓몬빵 있느냐'고 물은 것 같다"며 "종류가 7개인데 하루 딱 2개씩만 들어온다.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2030대 사이에서 왜 인기일까

포켓몬빵은 어떻게 2030대의 마음을 잡은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빵에 동봉된 포켓몬 스티커인 '띠부띠부씰(떼고 붙일 수 있는 스티커)'을 얻기 위해서다. '고오스 초코케익'·'돌아온 로켓단 초코롤'·'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팡'·'디그다의 딸기 카스타드빵'·'꼬부기의 달콤파삭 꼬부기빵'·'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 등 7가지 빵 종류엔 159종의 포켓몬 스티커 중 한 개가 들어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맛은 시중에 파는 다른 빵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포켓몬 스티커를 모을 수 있는 '북 스티커'에 하나둘씩 채워가는 재미가 2030대를 사로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2030대들의 문화로 빠르게 트렌드가 확산하는 현상도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17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포켓몬빵'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만7천여 건에 이른다. 이용자들은 "눈 뜨자마자 나가서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16개 구했다", "추억에 젖어서 행복하다"는 반응을 남겼다.

구하기 어려운 제품은 웃돈을 얹어 되파는 2030대의 '리셀' 문화도 인기 배경이다. 포켓몬빵의 정가는 1천500원이지만 뮤·뮤츠 등 전설급 포켓몬 스티커는 4만~5만원에 되팔리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중고나라 등에는 비교적 흔한 포켓몬 스티커조차도 빵보다 비싼 가격인 2천~3천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포켓몬 스티커가 온라인에 판매되고 있다. 네이버 캡처
포켓몬 스티커가 온라인에 판매되고 있다. 네이버 캡처

대형마트에서는 '오픈런'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권 이마트의 경우 포켓몬빵은 북구의 칠성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데, 보통 마트 개장 시간과 동시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오픈런과 동시에 1명이 다 사가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 이마트 칠성점은 1인당 구매수량을 3개로 제한해뒀다. 이마트 관계자는 "많을 땐 하루 200~300개씩 들어왔는데, 최근 수요 폭증으로 이보다 적게 입고되거나 들어오지 않는 날도 간혹 있다"며 "아침마다 빵 배송 차량으로부터 제품 입고 현황을 받아본 뒤 하루 정확한 판매량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진이빵'·'케로로빵'…추억의 다른 빵도 볼 수 있을까

포켓몬빵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출시 요청에 화답한 일종의 '모디슈머(Modisumer)' 마케팅의 주요 사례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체험적 소비자를 의미한다. 포켓몬빵의 추억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마케팅에 반영, 출시해 시장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스티커 인기가 커지자 일부 소비자들은 국진이빵·핑클빵처럼 당시 인기 연예인의 스티커가 들어가 있는 제품도 신규 출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인기를 끌었던 '케로로빵'과 '원피스빵' 등 유명 애니메이션 스티커가 들어간 제품은 재출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20~30대로 불리는 MZ세대가 구매력을 갖추고 화제성을 불러모으는 주요 고객층이 되면서 이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트렌드한 제품이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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