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해서 일하다 보면 주변 동료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어김없이 일주일 후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복귀하고 있다. 최근 수주 간 반복되는 일이다. 무슨 좀비 영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속 의료진의 일상이다. 정부는 "이제 곧 정점이다"고 외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신규 확진 60만. "고지가 눈앞이다." "조금만 가면 정상이다." 매번 기대는 어긋나고 우리는 아직도 정상을 향해 가고 있다. 의료진의 감염률과 피로도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인류는 한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코로나19는 언제 끝날 것일까?" 코로나19가 종식된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질병이 끝을 향해 나아 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 역학적으로는 그런 의미를 지니지만 감염병은 정치적, 사회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의학적으로 현단계에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역학 전문가들은 이전의 감염병 대유행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도 대유행에서 풍토병의 형태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풍토병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집단적으로 어느 정도의 면역을 획득한 후 면역이 취약한 집단을 중심으로 소규모 유행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단계는 주기적인 백신 접종을 통해 통제 가능한 수준에 접어들었을 때 가능하다. 정치적 종식은 정부가 코로나19 전파의 예방을 위해 취하고 있는 각종 제한 조치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종식은 감염 차단을 위해 시행되는 제한 조치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제한 조치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크다고 생각될 때 가능하다.
문제는 사회적 종식이다. 사회적 종식은 사람들이 더 이상 코로나19를 의식하지 않고 이전처럼 서로 활발히 소통할 때 가능하다. 과연 코로나19가 의학적, 정치적으로 종식이 된 후 인류 본연의 사회성을 이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까? 인류는 위험이 닥칠 때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집단적으로 모이고 서로 의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하지만, 감염병 대유행을 극복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이기보다는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인류의 모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마스크다.
당신은 최근 누군가의 온전한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 생존을 위해 지혜를 모으던 '슬기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맞서 생존을 위해 얼굴의 절반을 마스크로 가린 호모 마스쿠스로 진화했다. 표정은 대표적인 비언어적 소통 수단이다. 하지만, 인류는 생존을 위해 표정을 버렸다. 따라서, 호모 마스쿠스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류의 출현을 의미한다. 마스크는 소통 부재의 상징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당신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유를 떠올려 보라. '정부의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서 '나로 인해 가족이나 이웃이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는 서로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팬데믹 연대'의 상징인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마스크를 쓴 채로 뉴노멀의 시대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모 마스쿠스 역시 '인류애'와 '연대의식'으로 무장한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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