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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엄재진] 광복 80년, 독립운동가 서훈 등급 현실화할 때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지난 2018년 11월 13일, 석주 이상룡 선생 후손들이 서울지방보훈청을 찾아 석주 선생 서훈(敍勳) 등급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고 서훈 등급 조정을 주장했다.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석주 이상룡의 서훈은 아직도 3등급 그대로다.

당시 등급을 조정할 수 있도록 '상훈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독립운동가들의 등급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3년에는 석주와 함께 만주 항일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서간도 군정부를 이끈 일송 김동삼의 활동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서훈 등급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해이다. 특히, 석주 이상룡 선생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에 취임한 지 올해로 꼭 100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제의 군홧발에 짓밟혀 오욕으로 물든 땅에서 하루도 살 수 없다며 만주로, 해외로 떠나 항일투쟁에 나섰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적정한 서훈 조정을 현실화할 때다.

다행히 독립운동가들의 서훈 등급 재조정과 이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 등을 담은 '상훈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속속 발의돼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적심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서훈을 재조정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놓고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훈격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현행 상훈법은 서훈 추천·확정·취소 규정은 있지만, 서훈 변경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2019년 유관순 열사의 서훈을 상향할 때도, 등급 변경에 대한 규정이 없는 탓에 공적에 대해 추가 서훈하는 방식으로 훈격을 높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훈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국회 심의·의결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석주 선생은 1925년 9월 24일부터 1926년 1월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역임한 독립운동가로서, 현재 독립유공자 3등급(독립장)으로 서훈돼 있다.

정부가 석주 선생에게 건국훈장 추서와 독립유공자 독립장(3등급)을 결정한 때는 1962년이다. 1949년 제정한 '건국공로훈장령'에 따른 것이다.

안동의 대저택을 모두 팔아 독립 자금을 마련한 뒤 낯선 중국 땅으로 향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고, 여러 분파로 갈린 독립운동계의 통합을 위해 끝까지 헌신했지만, 3등급 평가에 그치고 있는 석주 이상룡의 서훈은 격에 맞지 않는다.

또 임시정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우당 이회영 선생, 임시정부의 광복군에 비해 50배가 넘는 대규모의 군을 가진 '서간도 군정'을 이끌었던 일송 김동삼 등 독립운동가들의 3등급 서훈도 재조정해야 할 때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8월이 다 지나고 있다. 115년 전 8월은 '국치'(國恥)의 역사였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 마지막 어전회의를 거쳐 8월 29일 순종은 이날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제에 넘겨주게 됐다고 발표했다.

70여 명이 넘는 전국의 선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정 순국'으로 처절하게 항거했고, 이들의 정신은 36년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주권을 되찾으려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이제 독립운동가들의 서훈 등급 조정을 통해 제대로 된 '보훈'과 '역사 바로 세우기'를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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