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눈두덩은 퉁퉁 부어 눈을 뜨기 어렵고 얼굴에는 베개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거기에 팔 다리를 구부렸다 펴기도 힘들다. 발이 부어 꽉 죄어오는 구두. 발목 주변을 누르면 찰흙에 손가락 누른 것처럼 잘 나오지도 않는다. 이런 증상을 의학적으로 부종이라고 한다. 흔히 과도한 음주나 심한 피로 등으로 몸을 혹사시킨 다음날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부종은 우리 몸의 가장 흔한 증상이긴 하지만 몸의 질병을 알리는 경고등일 수 있다.
부종은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며 무시하고 오래 두었다가 병을 키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일단 병을 의심하고 곧바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종이란 체내에 수분이 많아져서 몸이 붓는 현상이다. 정상적인 체액의 양은 우리 몸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과도하게 흡수된 수분은 땀을 흘리거나 대·소변을 배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특정 원인으로 신체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체액의 양이 늘어나면 부종이 나타난다. 의학적으로는 모세혈관 내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간질 조직에 고여 있는 것으로 정의하며 혈액 내의 알부민 농도의 감소, 모세혈관 내의 정수압 증가,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가가 있을 때 부종이 생긴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부종은 곧바로 치유 가능하다. 그러나 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현상), 늑막 삼출액(늑막에 물이 차는 현상) 등과 같이 호흡 곤란을 초래하는 심한 전신성 부종은 자칫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부종은 체내 분포에 따라 국소성·전신성 부종으로 나뉜다. 국소성 부종은 신체 일부에 국한되는 부종으로 염증이나 종양 때문에 정맥이나 임파관이 폐쇄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부종이 비대칭적으로 분포를 보이며 누워서 사지를 높게 들어도 잘 호전되지 않는다.
반면 전신성 부종은 신체 전 부분에 걸쳐 나타난다. 대칭적인 분포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누워서 다리를 높게 들면 일시적으로 부종이 호전될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에는 심부전과 같은 심장 질환, 신증후군 등 신장 질환, 간경화 같은 간 질환 등이 있다. 진통제, 피임약, 항고혈압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복용한 경우나 부종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이뇨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부종은 다양하게 감지할 수 있다. 먼저 체중이 이유 없이 증가하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쉽게 눈이 부을 경우, 소변량이 감소하고, 수면 중에 소변을 보러 자주 일어날 때도 의심해야 한다. 또한 신발이 작아졌다고 느낄 때, 소변 색이 조금씩 진해질 때, 반지가 꼭 끼고, 누우면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찰 때, 운동할 때마다 늘 숨이 가쁠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부종으로 각종 질환을 감별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얼굴이나 눈꺼풀 주위에서 시작해 다리, 그리고 전신으로 부종이 진행될 경우 신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간경화나 심부전 등도 부종을 통해 감별할 수 있다.
문제는 특발성 부종이라는 질환이다. 중년 여성에게서 잘 발생하며 대부분 환자들은 부종의 원인이 될만한 전신 질환이 없다. 주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 주위가 붓는 듯하고 옷이 꽉 죄는 듯하고 신발이 작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환자들은 대부분 체중이나 외모에 관심이 많고 짠 음식을 좋아하며, 저녁식사 시간이 늦은 경우가 많으며, 정서적으로도 다소 불안하거나 우울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경한 부종은 염분 제한과 식이 조절로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부종의 경우는 이뇨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종 자체의 치료보다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아내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것이다.
이기태 이기태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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