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지는 해'와 '뜨는 해' 사이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여 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 인선 결과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권과 군 통수권 등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하게 행사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당선인은 취임 후 본인과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과 대통령실 이전작업에 협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당선인이 주도권을 잡고 대통령이 협조해 온 역대 정권교체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며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양측의 대국민 설득 작업이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를 지명했다. 전날 "우리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삼겠다"고 한 발언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이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한은총재 인선과 관련 "협의한 것도, 추천한 것도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양측이 정국현안과 관련해 자신들의 주장만 강조하면서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의중을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난 21일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구상에 대해 일정상 무리이고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입장과 관련된 후속 조치도 곧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대통령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군에도 현 위치에서 안보태세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문 대통령이 마이웨이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양측의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은총재 인선 발표 이후 당선인 측(장제원 비서실장)과의 협의 과정을 공개하며 국민설득에 나섰다. 당선인의 요구대로 당선인 측의 의중을 확인하고 인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선인 측은 생색내기용 협의 시늉이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이 이달 말부터 전국순회 일정을 예정하고 있는데 국민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선인의 선의가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도 포함한 일정이기 때문에 당선인의 정국 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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