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병원들이 간호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코로나 병동 파견직을 선호하거나, 고된 업무 탓에 그만두는 간호사가 늘면서 병원들은 빈자리를 메우기 바쁘다.
27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대구 남구의 한 요양병원은 간호사 45명 가운데 11명이 만 1년도 안 된 신입이다. 이직과 이탈이 잦은 탓이다. 간호사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을 가르치는 데 드는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도 만만찮다. 대구의 다른 한 종합병원은 간호사 이탈률을 30~40%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경우 업무는 늘었지만 코로나 병동 파견직보다 임금이 낮아 불만이 제기돼왔다. 특히 파견직에 지원하고자 그만두는 간호사가 많아져 지역 중소병원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구 한 병원급 의료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간호사들이 갈 곳이 많아져 일반적인 근무를 오히려 기피한다"며 "중소병원에 오는 간호사들의 월급이 세전 250만~350만원 정도인데, 코로나 파견으로 가면 하루 일당으로 30만~40만원을 준다. 짧게 코로나 파견 근무를 한 뒤 쉬겠다는 간호사가 늘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탈 이후 인력을 채우는 것이다. 특히 신규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에 안 오고 파견으로 가기 때문에 채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병원들의 하소연이다. 일반병동 입원 환자가 줄어 수입이 감소한 상황에 간호사 채용을 위해 임금을 올려야 해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대구 한 대학병원 일반병동의 간호사 A씨는 "병원 정규직 간호사들 월급이 300만원 정도인데 코로나 파견 계약직으로 가면 월급은 700만~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다 보니 간호사 커뮤니티엔 급전이 필요해 파견을 가고 싶다는 글들도 많이 올라온다"고 했다.
신규 간호사들이 코로나 파견직으로 유입되면서, 기존 코로나 병동 근무 간호사들의 고충도 늘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함에 따라 재택치료 모니터링 등 업무가 늘어난 상황에, 상대적으로 업무가 서툰 신규 간호사가 많아져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것.
한 종합병원 내 코로나 병동 간호사 B씨는 "간호사 이탈이 심했던 코로나 초창기에 우리 병원에서도 기존 간호사 12명 중 5명이 나갔다"며 "그 빈자리를 경험이 없는 신규 간호사로 채우다보니 오히려 업무가 과중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 방역수칙 구축, 손소독제 등 물품 구비, 코로나 검사 실시 등 코로나19 이후 간호사의 업무가 늘었는데 여기에 파견 계약직 교육까지 맡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전국 의료기관 102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간호사 이직률을 조사한 결과, 민간 중소병원에서의 간호사 이직률이 최대 42.9%로 가장 높았다. 지방 사립대병원의 간호사 이직률이 최대 28.3%, 지방 의료원이 최대 22.7%로 각각 나타났다. 근무 기간 1년 미만인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도 43.5%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병원 노동자들이 새로 입사한 노동자 교육까지 맡아야 하는 힘든 상황이 코로나19 장기화로 2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며 "병상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인력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