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재수 없는 X" 구치소서 시작된 삶…평생 구박받고 억대 빚까지 떠안아

엄마는 미혼모에 사기범…생후 100일때부터 외할머니집서 사랑 못 받고 자라
돌봐준 외할머니 후두암·엄마 대신 빚 갚느라 우울증…"세상 떠나야겠다"

배지효(가명·30) 씨가 집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다. 배주현 기자
배지효(가명·30) 씨가 집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다. 배주현 기자

배지효(가명·30) 씨는 구치소에서 태어났다. 미혼모였던 배 씨의 엄마는 구치소에서 그를 낳았다. 구치소는 생후 100일도 안 된 배 씨를 그의 외할머니에게 보냈다.

사기 범죄를 저지른 배 씨의 엄마, 누구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지도 모르는 배 씨. 단 두 가지의 이유로 외가 식구들은 배 씨를 밀어냈다. "왜 나한테 와서 고생 시키냐"는 외할머니, "재수 없는 X"이라는 막내 삼촌. 보호받아야 했던 작은 아이는 가족의 '사랑' 대신 '멸시'에 시달리며 어른으로 자랐다.

◆사랑받지 못한 삶

차라리 고아원으로 가고 싶었다. 교도소에서 나온 엄마는 아주 가끔 집으로 왔지만 "돈 달라"는 소리밖에 안 했다. 딸의 모습은 어떤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는 무관심했다.

명절이 되면 더 싫었다. 이모와 삼촌은 자식 자랑을 해댔고 사랑 한번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여긴 내가 낄 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그때마다 밖으로 나가 울었다. 울면 운다고 삼촌은 "재수없다"고 했다.

배 씨를 지키는 건 그 스스로였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은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가난한 아이"라며 떠들었다. 수군덕거리는 친구들 모습에 배 씨는 앞으로 결코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배 씨는 마음 편히 기댈 곳 없이 홀로 자랐다.

엄마는 자꾸 배 씨의 발목을 잡았다. 스무 살 무렵 엄마는 배 씨의 명의로 억대 사기를 쳤다. 채권자들은 배 씨에게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수시로 울리는 휴대전화,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문, 심지어 야간 대학에 진학했던 배 씨의 학교에도 채권자는 몰려왔고 소송까지 걸었다. 삼촌은 "모두 네 엄마 탓"이라며 배 씨를 마구잡이로 때렸다. 말리던 외할머니마저 밀치면서 할머니 역시 다리를 다쳤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배 씨는 급한 대로 대출을 해 채권자들의 돈을 갚았다. 하지만 숱한 대출로 그는 평생을 빚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빚의 굴레에 허덕여

경찰이 되고 싶었다. 떳떳하지 못한 엄마 대신 떳떳하게 살고 싶었다. 대학교를 그만둔 후 공장에 취직해 돈을 악착같이 벌었던 배 씨는 일부 모은 돈으로 경찰 공부를 시작했다. 2년을 죽어라 공부했지만 가족 중 전과자가 있으면 공무원 임용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끝까지 배 씨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악재는 자꾸만 겹쳤다. 그즈음 외할머니가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당장 치료할 돈이 없었다. '배 씨를 거둬 키웠다'는 이유로 외할머니는 이모, 삼촌과 사이가 멀어진 터였다. 결국 돈이 없어 조직 검사마저 하지 못하고 할머니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사이 암이 더 진행되면 어떡할까 조바심만 났다. 배 씨는 악착같이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 가까스로 치료비를 마련했다.

그 후 배 씨는 9년간 가전제품 매장에 취직해 휴가 한번 안 가고 돈만 벌었다. 할머니와 둘이 살았던 임대 아파트 월세를 감당해야 했고 남은 빚도 갚아야 했기에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병 들어갔다. 무거운 가전제품을 홀로 옮기며 허리 디스크가 파열됐고, 영업 실적 압박과 매일 걸려오는 빚 독촉 전화에 우울증이 심해졌다. 억대의 빚을 갚느라 월급도 남아나질 않았다. 결국 월세 밀리기를 반복해 이제 강제로 집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다 지난해 외삼촌의 밀침에 다쳤던 외할머니의 다리가 장기간 방치로 아예 망가지면서 또 한 번의 큰 수술이 닥쳤다. 결국 배 씨는 일을 그만뒀고, 퇴직금은 몽땅 할머니 수술비로 쓰였다.

너무 지쳐버린 탓일까. 아픈 할머니를 모시며 밀린 월세를 갚기 위해 어떻게든 일을 나가야 하지만 배 씨는 이제 의욕마저 사라졌다. 갚아도 줄지 않은 빚 생각만 하면 숨이 턱 막혀버린다.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하염없이 밀려온다.

연신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라며 펑펑 울던 배 씨. 서른 살의 그가 감당해야할 세상은 차가웠고 억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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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백혈병과 뇌전증으로 아픈 조윤희 씨 부부에 2,953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본인은 백혈병에 걸렸고 남편은 뇌전증에 교통사고로 다리마저 절단돼 생활이 힘든 조윤희(매일신문 3월 15일 자 10면) 씨 사연에 2천953만6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이병희 10만원 ▷이창세 5만원 ▷이창영 5만원 ▷하혜련 5만원 ▷신장미 3만원 ▷이상준 3만원 ▷김미정 1만원 ▷김순희 1만원 ▷이진기 5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생을 동생 사고 트라우마에 갇혀 일상생활이 힘든 허아영 씨에 2,118만원 성금

중학생 때 여동생 사고 목격 뒤 정신 장애를 앓으면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허아영(매일신문 3월 22일 자 10면) 씨에 48개 단체 153명의 독자가 2천118만2천88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정수철)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16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황금치과의원(박철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봉산성결교회 10만원 ▷세무법인대명(대구지점 김준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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