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대선 유감

지방 소멸 등 중요 이슈 대선에서 부각되지 않아
새 정부에서 지역 균형 발전 위한 과감한 정책 수립해야
의료계 해묵은 난제도 해결 실마리 기대감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지난 수개월 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선이 끝났다. 그런데, 승자 측이나 패자 측이나 뒤끝이 개운한 것 같지는 않다. 0.73%라는 박빙의 차이로 결판이 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 후보의 선택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후보의 선택 이유가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상대편 후보나 정당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거의 절반 정도로 나타나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판의 분위기를 지배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장동 사건에 누구의 책임이 더 무거운가, 어느 후보의 부인이 더 비도덕적인가, 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를 두고 소모적인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에 막상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버린 것 같아서 매우 아쉽기만 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 소멸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의 양극화는, 역대의 모든 정권에서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슬로건 하에 각종 정책을 펴왔지만, 개선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며칠 전에 공개된 국세청 자료를 보면 소득 상위 1% 근로소득자 4명 중 3명은 수도권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요즘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자녀와 손자를 돌보기 위해서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은퇴 후 부모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식이 먼저 서울로 가고 뒤이어 부모가 따라가는 순차 이동이 일어남으로써 지방의 공동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폐해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심각한데, 이 문제가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가? 한때는 수도권이 먼저 발전하면 그 열매가 지방에까지 고루 나누어질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으로 지방을 설득하려 했지만, 자본주의의 탐욕적 속성은 부의 양보를 결코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낙수효과 이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이제는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공허한 지방개발 공약만으로는 이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 명백해진 이상,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보다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동산 문제와 저출산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 달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는 지방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파격적인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의사인 안철수 대표가 임명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계가 가지고 있는 해묵은 난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여실히 드러난 허약한 공공의료체계를 보강해서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걸맞은 수준의 의료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서 과도한 사보험 지출을 억제하고 국민 누구나 마음 편히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일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환자의 종합병원 편중을 해소하고 동네 의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의 정비가 필요하고, 필수의료 인력의 양성과 의료자원의 적절한 배분 및 농어촌 주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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