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빌딩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들은 그야말로 필사의 탈출 과정을 경험했다. 매캐한 연기에 사무실을 빠져나온 수십명이 빌딩 난간에 매달려 구조 요청을 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빚어졌다.
이날 화재는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건물 내에 있던 수십명들은 1분 1초 모두 아찔했다고 말했다. 특히 2층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연기가 위층으로 계속 올라가자 3~5층에 있던 사람들은 쉽사리 내려갈 수도 없었다.
이날 4층에 있던 김모(20대) 씨는 "밖에서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미 검은 연기가 가득했다. 연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대피할 수도 없었다"며 "급하게 마스크만 두 개를 낀 채 사무실에서 구조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번진 연기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느낀 이들은 계단이 있는 복도로 향했다. 이곳에는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지만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와 내려갈 수도, 올라갈 수도 없었다.
5층에 있던 배모(60대) 씨는 "처음에는 '연기가 좀 났구나'하는 생각이었는데 20여명이 복도로 몰려 왔을 땐 두려웠다"며 "밑으로 뛰어내리든가, 옥상으로 올라가서 옆 건물로 건너가야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배 씨는 불법주정차로 소방차가 좀처럼 진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초조함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는 "소방차가 금방 물을 뿌려 구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주정차된 차량들로 못 들어오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니 걱정만 더 커졌었다"고 했다.
현장을 본 인근 주민들도 매캐한 연기와 깨진 유리창을 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주민 최모(30) 씨는 "집이 근처다. 7명이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뛰쳐 나왔다"며 "눈앞에서 생사에 갈린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빠르게 구조됐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발생한 불로 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