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로 이어진 사법불신] 공격받는 법조인들 "사법 불신, 이제는 치료해야"

'전관예우 심각하다' 인식 높고, 만성적인 인력난도 문제
재판서 할말 다 못하고, 뒤늦게 판결문 봐도 납득 못해
억울한 감정 싹트지 않게 법관, 변호사가 공감 노력 더 기울여야

경북대병원에 마련된 '대구변호사 사무실 화재 사망사고' 희생자 6명의 합동 분향소에 익명의 시민이 전달한 편지와 5만원이 놓여있다. 매일신문DB
경북대병원에 마련된 '대구변호사 사무실 화재 사망사고' 희생자 6명의 합동 분향소에 익명의 시민이 전달한 편지와 5만원이 놓여있다. 매일신문DB

지난 9일 대구 한 법률사무소 빌딩에서 방화범에 의한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사망한 방화범은 수년간 이어온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우리 사법 시스템을 부정하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법 불신의 실태와 원인, 해결 방안 등을 짚어 본다.

◆억울한 사람들

법조계에서는 판·검사와 변호사 모두 억울하다는 사람을 쉽게 마주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관예우' 등 사회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그 과정 역시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면 소송 당사자들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기대한 결과가 안 나왔을 때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불신과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법조인에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2007년 판사 석궁 테러 사건, 2008년 광주지검 부장검사 공격 사건, 2014년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2015년 박영수 변호사 흉기 피습, 2018년 대법원장 관용차 화염병 투척 등 '사법테러'는 끊이지 않는다.

지역 한 변호사는 "소송이라는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중대사'를 앞둔 당사자들은 재판 과정에서는 변호사나 법관이 내 얘기를 충실히 들어주는지 의심하게 된다. 종국에 패소하면 누군가 사건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아닌 지 생각하게 된다. 실제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졌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한 전관예우 그림자

'전관예우'는 사법불신 현상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검찰 및 법원 고위직이 퇴직 후 대형 로펌에 영입되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몇몇 인물이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린 사실이 알려진다. '정운호 게이트', '대장동 50억 클럽' 등 법조인 관련 게이트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 '전관예우는 없다'는 반박은 무색해진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9년 '사법신뢰 회복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전관예우 인식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도 적나라하다. 일반국민과 법조직역 종사자 1천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일반국민 41.9%, 법조직역종사자 55.1%)는 응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일반국민 33.9.%, 법조직역종사자 25.4%)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가시기 어렵다.

◆만성적 인력부족, '2줄 판결문'

법원의 부족한 인력 역시 재판 당사자의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 재판이 밀린 법관들이 다음 재판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언을 끊거나 다소 고압적인 재판 진행을 한다는 것이다. 민사 항소심 등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리는 재판들은 기일조차 못잡아 당사자들이 '피가 마른다', '빨리 좀 해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흔하다.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억울함이 해소되기는커녕 불신을 키우기 다반사다. 대법원의 '2줄 판결문'은 익히 알려진 고질병이다.

한 변호사는 "2심 판단을 확정짓는 경우 '법리에 오해가 없다'는 취지의 두 줄짜리 판결문이 흔하다. '왜'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12명에 불과한 대법관들이 1년에 4만 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고, 3심은 법리 해석이나 적용의 오류를 따지는 '법률심'이라 사실 오인 주장까지 모두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해결 방안은

결국 사법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전관예우 논란을 막고 및 법관 인력 증원을 통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칠 대구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전관'의 수임 제한을 강화하는 것도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짚었다. 현재 퇴직 1년전까지 근무했던 법원 및 검찰청 처리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게 한 제한을 3년으로 늘리는 식이다.

권 이사는 "법원 인사가 약 3년 단위로 돌기 때문에 '전관 효용성'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어 논란을 불식시킬 수있다. 1년 수임 제한을 걸었던 전관예우방지법 첫 시행 때도 가혹하단 얘기가 나왔지만 잘 정착했다"고 짚었다.

법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퇴직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관의 업무 경감 방안에 대해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중장기적 법관 증원 외에도 재판부 인력 배치 효율성 강화, 재판연구원 대폭 증원 검토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현재 법관이 담당하는 업무 중 반드시 법관이 맡을 필요가 없는 업무는 법령 개정을 거쳐 사법보좌관 등에 이관하는 작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 시스템을 떠나 변호사 개개인 차원에서도 의뢰인과 신뢰관계를 구축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는 "사건 수임 단계에서부터 의뢰인과 계약 조건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변론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충실히 주고 받는다면 의뢰인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변론 전략을 세우고 동의를 구하는 부분, 서면 작성이나 공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왼쪽)과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왼쪽)과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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