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은 어떠세요?" AI 상담원으로 고독사 막는다

대구시·네이버 고독사 예방 '클로바 케어콜' 만족도 89%
올 연말까지 2차 시범 사업 진행…이용자 "정서 안정 도움됐다"
중장년 1인 가구 1천명에게 매주 전화해 2분 간 통화…12월까지 추진

대구 서구 북부정류장 인근 쪽방촌 내 주민. 매일신문 DB.
대구 서구 북부정류장 인근 쪽방촌 내 주민. 매일신문 DB.
대구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대구시
대구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대구시

"따르르릉. 따르르릉"

홀로 사는 A 씨의 방 안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달서구에서 안부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전화 통화 괜찮으신가요?" A 씨는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했다.

"날씨가 더워졌는데 건강은 어떠세요?" "좋지 않아요. 코로나19 후유증이 있네요." "그러시군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먹지 않았어요." "얼른 챙겨드셔야 기운을 내죠." 두 사람의 대화는 2분 가까이 이어졌다.

A 씨와 살갑게 통화한 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일종의 '보이스봇(클로바 케어콜)'이다.

AI 상담원이 매주 한차례씩 돌봄 대상자에게 전화해 식사, 수면, 운동, 외출, 건강 등 5개 항목에 걸쳐 안부와 간단한 질문을 한다.

AI는 통화한 상대방의 대답에 따라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감정에 공감하며 대화하는 말벗 역할도 한다.

AI 상담원이 등장한 건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어서다. 특히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크게 줄면서 홀로 외롭게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8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153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190명, 지난해에는 205명으로 증가했다.

AI 상담원과 통화 내용은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되며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이상 징후가 드러나면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하거나 현장을 방문해 긴급 조치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에게 누군가의 전화 한 통은 생명을 구하는 동아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상담원은 실제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치아가 없어서 잘 먹지 못한다"는 대상자의 얘기에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무료 틀니 상담을 해보라"고 안내를 해주고, 영화에 대해 얘기하며 말벗이 되기도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김모(72·달서구) 씨는 "매주 수요일마다 전화가 오는데 예쁜 목소리로 아프다고 하면 병원을 가봤냐고 말해주고 걱정해주는 게 신기하고 반갑다"고 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대구시가 서비스 이용자 1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10명 중 9명(89%)이 안전 확인과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서비스를 계속 받겠다는 응답도 72%로 집계됐다.

달서구에 사는 조모(63) 씨는 "다리도 못 쓰고 어깨도 불편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주기적으로 전화를 해서 안부를 챙겨주니까 좋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6월 지역 중·장년 1인가구 100명을 대상으로 1차 시범 사업을 진행했던 대구시와 네이버는 올 연말까지 대상자를 10배로 늘려 2차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AI 상담원은 매주 한 차례 정해진 요일에 안부 전화를 하고 2분 간 대화한다. 통화 결과는 담당자에게 즉시 전달되며 응급 상황은 바로 조치할 계획이다.

2차 시범 사업에서는 1차 시범 사업에서 지적됐던 통화 반응 속도와 개인화 대화, 모니터링 편의성을 개선하는 등 서비스 완성도도 높일 계획이다.

정한교 대구시 복지국장은 "고독사는 더 이상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AI 상담원의 전화 한 통이 외로운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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