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도심 코앞에 ‘상주 추모공원 강행’…문경시민들 집단행동 초읽기

상주시의회 의결 거치면 내년 하반기 착공예정…오랜 역사 공유한 이웃사촌 도시간 감정싸움 확산 조짐

문경시주민자치위원연합회가 상주시가 문경시 인접한 곳에 건립하려는 추모공원에 대해 규탄결의를 갖고 있다. 문경시 제공
문경시주민자치위원연합회가 상주시가 문경시 인접한 곳에 건립하려는 추모공원에 대해 규탄결의를 갖고 있다. 문경시 제공

경북 상주시가 문경도심 코앞에 납골당과 수목장림을 갖춘 대규모 추모공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문경 시민들의 수차례 부지 재검토 요구(매일신문 2021년 12월 26일자, 27일자 28일자 등 보도)에도 상주시가 부지를 확정, 문경시민들이 집단행동 등 강력대응을 예고했다.

문경시 주민자치위원연합회는 지난 27일 마성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월례회를 개최하고 상주추모공원 건립에 대해 범시민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로 결의했다.

주민자치위원연합회 관계자는 "상주시가 문경 시내 지역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상주 함창읍 나한리에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상주시가 결국 부지를 확정했다"며 "문경 시민들 사이에 격앙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주추모공원 확정부지 진입로인 문경시의 한 아파트 앞에
상주추모공원 확정부지 진입로인 문경시의 한 아파트 앞에 '문경 관문에 상주 납골당이 웬말이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도현 기자

상주시는 지난해 3월 추모공원조성사업 부지 공모에 단독 신청한 함창읍 나한2리 마을 9만182㎡에 275억원을 들여 봉안당(유골 보관 시설)1만기와 자연장지(수목장림) 1만2천기 등 모두 2만2천기 규모의 종합장사시설을 2027년 준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나한2리 마을 24가구의 동의를 받았으며 지난 25일 이들 주민 등이 참여한 건립추진위원회의 심의·의결로 해당 부지를 확정했다. 상주시의회 의결을 거치면 내년 하반기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부지가 행정구역상 상주에 속해있지만 문경시청과 문경경찰서를 비롯해 3천가구가 밀집한 아파트 단지와는 직선거리로 400~500m에 불과한 문경 시내 바로 코앞이라는 점이다.

상주시내에서는 20km 떨어졌고 인접 상주주민들은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문경시청 부근은 1만명 이상으로 문경에서 가장 높은 인구 밀집도를 나타내고 있다.

부지를 확정한 추진위원회에 문경 입장을 들을 위원조차 없었고 추모공원 조성에 따른 혜택 제공도 상주 주민 위주로 이뤄졌다.

상주시가 비록 공원을 자연 친화 시설로 운영하는 만큼 혐오 시설이 아니라지만 문경 쪽 입장은 정서적으로 크게 다르다.

현재 추모공원 예정부지로 가는 주 진입로도 문경시내를 거쳐야 하고 관광도시 문경의 관문이어서 이미지 실추 가능성이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 인접한 문경시청과 문경경찰서 부근은 문경의 신시가지이자 주거문화 중심지이고 문경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구역이어서 땅값 하락도 우려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문경시의원들과 문경 도의원, 문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상주시청 앞에서 부지 재검토를 요구하는 원정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상주 추모공원 예정부지에 진입하는 문경 국도 주변에
상주 추모공원 예정부지에 진입하는 문경 국도 주변에 '문경만 피해주는 상주 추모공원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고도현 기자

이에 대해 상주시 관계자는 "사업부지 공모에서 나한2리 마을이 단독신청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부지 재공모를 할 상황도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상주 문경시에는 추모공원이 없어 그동안 양쪽 시민들이 타 시·군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도 있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일부 상주시의원과 상주시민들은 "문경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데도 반대가 심하다면 거액의 상주시비를 들여 조성하는 추모공원인 만큼 상주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부지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상주시와 문경시는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이고 법원과 국세 행정 등의 관할도 공유할 만큼 이웃사촌으로, 오랜 역사와 생활문화자산을 공유하고 있다.

양지역 상당수 주민들은 "이런 남다른 인연의 두 곳이 추모공원 조성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문경시는 경상북도에 분쟁 조정도 신청한 상태다. 분쟁조정이 결론 나지 않을때는 경북도의 추모공원 건립 도비가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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