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커져야 우리 쿠팡친구(배송기사)들의 목소리도 커집니다"(쿠팡 노동조합)
"지금까지 한 일이 뭡니까?" "노조 주요 업무는 '현수막 펴서 사진찍기' 아닌가"(쿠팡 직원들)
최근 쿠팡 노조가 SNS을 통해 잇따라 직원 가입을 독려하고 나서자 직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지난 6월 말부터 쿠팡 본사를 점거해 각종 선전전으로 소음 유발·자영업자 매출 감소 등을 일으킨 데다 최근까지 주장해온 물류센터 휴대폰 반입 추진과 높은 업무 강도에 따른 직원 사망 의혹이 모두 정부 기관 조사 결과 조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쿠팡의 임직원 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6만6633명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에 이은 국내 3위 규모지만 실제 노조원은 극소수로, 일각에선 "직원을 대표하는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소통 없는 노조, 권리만 누리려고 하냐" 노조 가입 권유 거절하는 쿠팡 직원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쿠팡란엔 지난 8월 말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거쳐 노조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쿠팡지부(노동조합)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글에선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커져야 쿠팡친구들의 목소리도 커진다. 가입만 해줘도 큰 힘이 된다"고 며 SNS 채널 가입을 촉구했다.
잇따른 노조 가입 권유 게시물에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왔다. "어떻게 조합비를 사용했는지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라" "지금까지 성과가 무엇이냐" "소통없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본사 불법 점거가 성과더라"는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쿠팡 직원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해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지, 책임은 안 지면서 권리만 누리려고 하는데 '사회악' 같다"고 했다.
쿠팡 직원들이 뿔이 난 이유는 노조가 대부분 직원들과 명분과 공감대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쿠팡에는 두 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지난해 출범한 전국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2017년 쿠팡 배송기사로 이뤄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로,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 전체 직원 4만1288명(2021년 기준) 가운데 쿠팡 물류센터지회 소속 노조원은 200여명(약 0.4%)에 불과하다. SNS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쿠팡지부의 소속도 전체 대상자의 1%가 안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CJ 대한통운 택배노조(8.5%)는 물론 삼성전자(4%), 현대차(68.5%), LG전자(7.5%) 등 주요 제조 대기업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조 가입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쿠팡이 근로자들의 각종 권리를 해친다는 민주노총 주장을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해석으로 풀이되고, 이런 여론이 SNS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 저조한 노조 참여 속 점거 농성..잇따른 정부기관 조사로 주장 불발
노조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폭염 대책을 주장하며 지난 6월 말부터 쿠팡 본사를 점거, 건물 주변에 현수막 수십개를 걸고 3개월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노조원은 극소수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휴대폰 반입 허용' 등 노조의 주장들이 정부 기관 조사로 잇따라 불발됐다. 노조는 지난해 9월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은 노동자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훼손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하지만 최근 인권위는 노조가 제기한 진정을 각하했다. 사건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비교대상이 동일하지 않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질병을 앓다 숨진 한 직원의 사망 원인을 '높은 업무 강도와 추운 근무환경'으로 단정지은 노조 주장도 최근 뒤집혔다. 노조는 올 초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직원이 뇌출혈로 치료받던 중 숨진 사건에 대해 "직원이 '상하차' 등 과중한 육체노동에 시달렸고 영하 8도의 추운날씨 속에 근무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은 최근 해당 직원의 사망 원인이 개인 질병이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없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따르면, 고인의 근무 장소 온도는 영상 14도였으며, '상하차' 업무를 한 적이 없었으며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3시간이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쿠팡 물류센터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트렌드에 따라 초단기 근로자들이 많은 만큼, 지금 같은 잦은 노조 활동은 민주노총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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