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건축사 한 획, 김인호를 아십니까

실내체육관·콘서트하우스 굵직굵직한 건축물 설계, 독창적 테마 작품에 반영
기념사업회 김무권 회장 '후당 건축상' 올해 25번째
“후당 김인호 선생의 정신과 업적, 후대에 알리고 싶어”

후당 김인호 선생의 생전 모습. (사)후당 김인호 기념사업회 제공
후당 김인호 선생의 생전 모습. (사)후당 김인호 기념사업회 제공

대구실내체육관, 대구콘서트하우스(옛 대구시민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시청 별관(옛 경북도청 청사), 두류수영장. 대구 시민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건축물들이지만 그것을 지은 건축가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후당 김인호는 대구 건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1932년 김천에서 태어나 56세 젊은 나이에 작고하기까지 대구는 물론 국내 건축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앞서 나열한 건축물들은 물론, ▷경북고·대건고 체육관 ▷경북대 대강당 ▷동아쇼핑센터 ▷무궁화백화점 ▷대구과학고 ▷대구시약사회관 ▷계명대 의대·기숙사 ▷경주 화랑교육원 ▷구미시청사 등이 그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 잠실야구장, 춘천실내체육관, 대전충무실내체육관 등 전국에도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지역 건축가로서 유일무이하게 대구실내체육관(옛 경북실내체육관) 설계로 제1회 건축제전 대상을 받았고 한국건축가협회 대구경북지부장, 한국예총 대구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구실내체육관 전경. (사)후당 김인호 기념사업회 제공
대구실내체육관 전경. (사)후당 김인호 기념사업회 제공

그는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후 건축설계연구소를 운영해 대구 건축계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기도 했다. 김무권 현대건축 대표 역시 이른바 '김인호 사단'이라 불리는 그의 제자들 중 한 명. 김 대표는 1989년 김인호 타계 1주기를 맞이해 발족된 '후당 김인호 교수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현대건축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건축 불모지였던 1960년대, 김인호 선생이 지역에서 그러한 작품들을 설계하고 실제로 실현해냈다는 것이 지금 봐도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김인호 선생이 당시 건축물에 예술적 감각을 더한 작품을 구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생님은 설계마다 테마를 정하셨습니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대구실내체육관은 신라 화랑의 정신을 상징하는 투구 모양을 따왔고, 문화예술회관 전시장은 앞의 못, 뒤의 산의 곡선을 따라 육각형으로 설계했죠. 잠실야구장은 야구공이 날아가며 그리는 포물선처럼 동적인 이미지가 반영됐습니다."

후당 김인호 교수의 제자로써 후당 김인호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무권 현대건축 대표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후당 김인호 교수의 제자로써 후당 김인호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무권 현대건축 대표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영남대 건축과 1회 졸업생이자 교수로 재직했던 김인호의 업적을 전하고자, 김 대표는 최근 영남대 건축학부 70주년을 맞아 후배들에게 강의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선생님은 항상 '좋은 건축물은 좋은 심성에서 탄생한다'고 강조하셨다"며 "모든 건축물은 인간을 담는 그릇이기에 비뚤어진 마음으로 지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그러한 뜻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념사업회는 '후당 건축상'을 제정해 대구경북에서 창의적인 건축 활동과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젊은 건축가에게 매년 수여해오고 있다. 올해로 벌써 25회 째다.

김 대표는 건축, 교육,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정성을 모아 제정한 상인 만큼 앞으로도 그 위상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건축이 경제논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외국에 비해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지역의 자랑스러운 건축가를 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그의 건축가 정신이 후대 건축가들의 긍지를 높이고, 지역 건축문화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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