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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식사하느라 英여왕 조문 못했나' 질문에 박진 외교장관, 적극 부인 못해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식사하느라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조문하지 못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적극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박 장관에게 영국 순방 일정을 따져 물었다.

앞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 따르면 영국 런던 도착 첫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간)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터민스터홀을 찾아 직접 참배하고 조문록을 작성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참배 일정이 불발돼 하루 늦게 장례식 참석 뒤 조문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조문 없는 조문 외교'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를 두고 우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왕이면 조문도 하고 장례식도 참석하면 더 극진한 조문 외교 아니었겠나. (장례식 이전에) 조문을 못한 건 사실 좀 아쉽지 않나"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우 의원은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리셉션이 끝난 시간이 8시쯤 된다. 나루히토 일본 국왕은 리셉션이 끝나고 (조문을) 갔더라.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왜 안 갔느냐"며 "왜 안 갔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으나, 박 장관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우 의원은 "밥 때문에 안 가셨대요. 식사하러 가시느라고"라고 말했고, 이에 박 장관은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한 뒤 "글쎄요, 장거리 여행에 여러가지 무리가 있고"라고 했다.

박 장관의 답변을 들은 우 의원은 "힘든 건 아는데, 이왕이면 일본 국왕도 힘들더라도 걸어가서 8시 40분에 참배했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참배하고 식사하시면 좋지 않았겠나. 그렇게 건의를 안 드리셨나"라고 물었다.

이어 "다른 정상들 한 것처럼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일본과 한국의 비행 거리가 같은데 나루히토 국왕은 배 안 고팠겠느냐"면서 "'거긴 하는데 우린 왜 안 했나'라고 물어보면 우린 할 말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영국의 안내를 받아서 중요한 행사는 다 참석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외교부 관계자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네'라고 한 것은 "박 장관이 다음 답변을 하면서 추임새처럼 말한 것"이라며 식사 때문에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은 시인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상호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장관이 "장거리 여행에 무리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윤 대통령이 식사 때문에 조문을 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달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지 않고 장례식에 참석한 상황을 가리켜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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