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전기차 화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화재 대응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화재 진압 기법의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는 총 62건으로 조사됐다.
화재건수는 연도별로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3건으로 최근 3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6월말)까지는 17건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전기차 리튬 배터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거나, 저급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이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기차 충전 도중에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는 늘고 있지만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현장에서도 고민이 깊은 실정이다.
전기차 화재는 폭발하듯이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고, 발화한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는 등 여러가지 특성상 소화가 쉽지 않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차의 주 동력원인 배터리는 내부 온도가 섭씨 130도를 넘어가면 녹기 시작하고, 240도 이상에서는 양극재의 열분해가 이뤄진다. 열분해가 한 번 벌어지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1천도를 웃도는데 이런 현상을 '열폭주'라고 한다. 열폭주가 진행되면 차량 전체로 2차 화재가 번질 위험이 있어 진화에 어려움이 크다.
배터리 구조도 열폭주로 인한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대개 차량 하부에 탑재돼 있으며, '하우징'이라는 특수 케이스로 보호받고 있어 물이 들어가기 힘들다. 소화 용수를 살포하는 기존의 살수 방식으로는 진화가 어렵다.
이런 특성 탓에 일반적인 화재 현장과는 달리 특수한 진압 기법이 필요해, 소방당국은 ▷질식소화덮개 방식(전기차 위로 방화처리가 된 덮개로 덮는 방식) ▷이동식냉각 수조 방식(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주변으로 띠를 둘러 수조를 만들어 불을 끄는 방식)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관은 "질식소화덮개는 버틸 수 있는 최대온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녹게 된다"며 "따라서 초기에 화재 확산을 막는 데 사용하거나 화재 마무리 단계에서 이용 가능해 조기 진압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방관은 "이동식냉각수조 방식의 경우 전기차 화재시 1천도 이상 높은 온도로 갑자기 폭발하기 때문에 소방관이 띠를 두르기 위해 전기차 주변으로 다가가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심지어 이동식냉각수조는 전국 소방본부 18곳 중 부산, 세종, 경기에만 있어서 전기차가 경기 다음으로 많은 서울과 제주에도 이동식 수조는 하나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전기차 화재 진압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 관계자는 "불이 나면 배터리가 차체에서 자동으로 분리 돼 불이 더 번지는 걸 막는 구조적인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 화재나 충전 중의 화재에 맞는 진화물질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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