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천년 고도' 경주는 유명한 관광지다. 특히 봉황대, 대릉원 등을 끼고 많은 카페와 음식점 등이 모여있는 '황리단길'은 전국의 젊은이들이 '경주에 오면 무조건 들러야 할 곳'이 됐다. 그래서 황리단길 안에는 특색 있는 많은 카페가 있다. 하지만 역시 워낙에 유명한 곳이 되다 보니 어떤 여행자들은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번잡함에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여행자들은 '로컬 맛집'이라 해서 지역민들이 많이 찾는 곳을 따로 수소문해 가기도 한다. 이번에 간 '스펑크커피'도 그런 곳이었다.

◆ "몇 잔 미리 주문해 놓을까?"
경주고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스펑크커피'는 5년 전 문을 연 동네 카페다. 위치 또한 황리단길에서 차로 10여 분, 걸어서 30여 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황리단길과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어찌 알고 찾아가는지 '인스타그램'에 '#스펑크커피'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검색하면 게시물만 5천건이 넘는다.
규모가 큰 카페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테이블 5~6개 정도 있고 카운터 옆으로 큰 창문을 열어놓은 카페는 동네 사람 몇몇이 커피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한 무리의 손님이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5잔을 시켰다. 이 손님은 "쿠폰 찍어 주시고요, 한 15잔 정도 미리 주문해 놓고 갈까? 오며가며 마시게."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주 찾는 동네 주민들이 단골이 돼 있다는 의미다.
인근 주민인 박세현(38) 씨도 '스펑크커피'의 편안함에 매력을 느껴 단골이 된 경우다. 박 씨는 "동네 카페인데도 사람이 적당히 있어 분위기도 좋았고, 반려견을 데려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자주 찾고 있다"며 "사장님, 직원들 모두 친절한데다 커피 맛은 기본으로 보장된 곳"이라고 말했다.
카페 사장인 김다애 대표는 "처음 카페를 열었을 때의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펑크커피'를 '경주 사람들이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김 대표는 카페 입지를 정할 때부터 황리단길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커피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을 단골로 잡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찾아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평일엔 지역 주민들이, 주말엔 관광객들이 우위를 보인다고.
김 대표는 "자녀, 혹은 손자들이 사 온 샌드위치를 맛보고 찾아와서 '자식이 사다 준 걸 먹어보니 맛있어서 찾아왔다'는 중장년층 손님들도 꽤 많다"며 "어떤 할머니 손님은 샌드위치와 라떼를 주문하면서 저와 직원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정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 달콤한 '스펑크라떼', 배부른 샌드위치
'스펑크커피'의 인스타그램(@spunk_coffee)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음료 사진이 있다. 초코 시럽이 벽면으로 흘러내리고, 그 위에 부서진 쿠키 가루가 소복히 쌓인 음료, 바로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스펑크라떼'다. 에스프레소와 유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뒤 초콜릿 시럽을 뿌리고 그 위에 쿠키 가루를 올리면 완성된다. 달콤한 맛에 많은 팬을 확보한 메뉴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라떼에 우유대신 오트밀 밀크를 넣어 만든 '오트 라떼'도 아는 사람은 자주 찾는 메뉴다. 단골 손님들은 "커피는 기본적으로 그 맛을 보장하기 때문에 뭘 시켜도 실패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곳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 메뉴가 4종류의 샌드위치다. 치아바타 빵을 반으로 갈라 만든 샌드위치는 안의 내용물도 두툼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다. 베이컨과 양상추가 듬뿍 든 'B.L.T 레이어' 샌드위치와 치킨이 들어간 '콜드 치킨 레이어', 새우와 아보카도로 맛을 낸 '베이크드 쉬림프' 등은 포장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포장이 되는 샌드위치는 저녁에 포장해 가서 다음날 아침에도 먹을 수 있다"며 "그래서 많은 분들이 소풍 도시락인 식사 대용으로 많이 사 가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스펑크 레이어'는 유일하게 매장에서만 맛 볼 수 있다. 풀드포크(손으로 쉽게 뜯어질 정도로 연해질 때까지 장시간 서서히 구운 돼지고기)와 바베큐소스, 트러플 오일 등이 들어간 '스펑크 레이어'는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기 때문이다. 곁들여 나오는 카사바 칩과 함께 먹으면 정말 든든하다. 이 밖에도 2종류의 샐러드 메뉴도 있는데 샐러드에 진심이라는 김 대표가 직접 만든 드레싱과 신선한 채소의 어울림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 동네카페, 서울에 가다
최근 '스펑크커피'는 서울 성수동에도 분점을 냈다. '니트'라는 패션 브랜드 매장과 연결돼 있는 구조 덕분에 해당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브랜드의 관계자가 카페를 찾은 뒤 단골이 되면서 '성수동에 문을 여는 매장이 있는데 그 안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분점을 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 왔다"고 분점을 낸 계기를 이야기했다.
'스펑크커피 성수'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서울 분점은 한 패션잡지에서 '지역을 제패하고 올라온 카페'로 소개되기도 했으며, 방문한 손님들도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머리에 '펑크'가 나는 기분",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다"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김 대표는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매장과 연결돼 있는 공간에 호기심이 발동해 오시기도 하고, 성수동에 많은 카페 중 조용한 카페를 찾다가 오시는 분도 있다"며 "성수동 치고는 외곽에 있다 보니 소위 말하는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족한 걸 채워가며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외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서울에까지 진출했지만 김 대표는 '동네 카페'의 정체성을 더 지키고 싶어한다. 김 대표는 "동네 단골 손님들이 더 많이 생김으로써 카페의 '스토리'가 생기는 게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동네 카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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