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가계 대출자 이자 부담이 지난 1년 새 33조원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25~0.5%p 더 오를 경우 영끌족과 빚투족 등 공격적으로 투자한 채무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 인상폭이 0.50%p로 커지면 증가액은 6조5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p 올린 이후 이날까지 모두 2.50%p 인상한 만큼, 지난 1년 2개월 동안 늘어난 이자만 33조원으로 추산되는 셈이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8월 이후 0.25%p의 10배인 2.5%p가 뛰었으니, 대출자 한 사람의 연 이자도 164만원씩 불어난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전망 등의 영향으로 계속 오르면서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가 약 13년 만에 7%를 넘어선 상태다.
은행권과 시장은 금통위가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해 다음 달에도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 이어 빅 스텝(0.50%p 인상)을 밟으면 연내 기준금리는 3.50%, 베이비 스텝에 그쳐도 3.25%까지 더 오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10·11월 기준금리 상승 폭(0.75∼1.00%p)만큼만 높아져도 현재 7% 안팎인 대출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연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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