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상급식비 고정 분담률 정해야" 경북도-교육청 해마다 갈등

학부모들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마라" 지적…지자체 분담률 상향 필요성 제기돼
경북 무상급식비 분담비율, 전국 꼴찌
경북도 "코로나19 사태로 내년도 예산 어려워" 고통 분담 호소
경북교육청 "급식의 질 향상 위해서는 분담 필요해"

경북지역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조리실에서 근무하는 모습.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지역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조리실에서 근무하는 모습.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도와 경북도교육청이 내년도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대폭 낮췄던 경북도가 내년부터는 전혀 분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무상급식비 분담률이 최하위인 경북도가 예산 지급을 못한다고 나서자 경북교육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분담률 갈등으로 식품비 인상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식의 질과 연결된 내년도 식품비 인상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특히 해마다 무상급식 분담률을 두고 양 기관이 대립하기 보다는 타 지자체처럼 고정 분담률을 지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북교육청 급식비 분담률, 전국서 가장 심각

올해 3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의 무상급식 분담비율 현황에 따르면 교육청 분담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으로 집계됐다. 무상급식비는 운영비, 인건비, 식품비 등 3개 영역으로 예산이 집행되는데 경북은 현재 운영비와 인건비는 경북교육청이 부담하고, 식품비만 교육청이 60%, 지자체가 40%(광역 12%, 기초 28%) 부담하고 있다.

운영비와 인건비, 식품비 등 급식비의 전체 예산으로 분담률을 비교해보면 경북교육청이 80%, 지자체가 20%를 분담한 셈이다.

이는 급식비를 교육청과 지자체가 절반씩 부담하는 대구·서울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고, 경북과 재정상황이 비슷한 전남은 인건비, 운영비는 교육청이 식품비는 전액 지자체가 부담한다. 급식비 분담률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강원(식품비 68% 분담)과 비교해도 경북이 28%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지역 한 학부모는 "예로부터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말이 있는데 무상급식은 지자체에서 복지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인데, 우리나라를 이끌 동량인 학생들을 위해 사용될 급식비를 분담하기 싫어 서로 반목하고 있다니 통탄할 지경"이라며 "해마다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두고 갈등을 빚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고정 분담률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타 시·도의 경우 대부분이 무상급식비 고정분담률을 지정해두고 있으며, 조정이 필요한 경우 교육행정협의회 등을 통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조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경북은 관련 분담비율이 조례 등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경북도 "교육청 예산 많아… 우린 예산 부족"

상황이 이렇지만, 지난해에 이어 경북도는 올해도 급식비 지자체 분담률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재정이 올해보다 더욱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경북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도입해 올해부터 지급을 시작한 농어민수당과 농업대전환, 중대재해, 코로나19 대응 시스템 등 내년에도 새로운 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유치원까지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경북지역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이 늘어난 무상급식비 예산도 부담이다.

경북도는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무상급식비 중 일부인 식품비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북도는 경북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인해 예산에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지난달부터 협의를 시작해 무상급식비 전액을 경북교육청이 부담하기를 희망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지자체가 20%, 교육청이 80% 식품비를 분담하는 조정비율도 내놨다.

경북도 관계자는 "무상급식은 도지사 공약이기도 하지만 교육감 공약이기도 하고 언젠가 교육청 재정이 어려울 때 분담비율을 재조정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지자체와 교육청은 무상급식비 사업에서 운명공동체라 생각하고, 현재 도의 어려운 상황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세수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해마다 유동적인 예산이고, 이런 예산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무상급식 사업과 맞지 않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식단을 제공하려면 물가인상분을 반영해 식품비 인상(현재 1식 3천557원)이 필요한데 해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급식비 분담률로 협의에 골머리를 앓다 보니 정작 급식의 질 상승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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