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참사' 뒤늦은 사과·사과·사과…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신고' 빗발쳤다

행안장관 "국민 안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
경찰청장 "독립적 특별기구 설치해 감찰·수사 엄밀히 진행"
사전 대처할 시간 충분했지만 무시한 경찰 '부실한 대응' 인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과하고 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중간)은 경찰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 브리핑실에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과하고 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중간)은 경찰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 브리핑실에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뒤늦은 대국민사과가 나왔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째를 맞는 1일에서야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부실한 대응을 시인한 경찰은 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배포하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난 31일 MBC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전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청장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큰 충격을 받은 국민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태원 참사에는 전조 증상이 있었고,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 참석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 신고를 접수했지만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를 11건 받았지만 4건만 현장 출동했다. 신고 내용은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당일 오후 6시 34분),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오후 9시 7분) 등이다. 오후 9시 10분부터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8~11번째 신고는 모두 압사의 두려움을 전하며, 경찰 조처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사전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청장은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면서 특별기구를 통한 강도 높은 감찰도 예고했다.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강도 높은 감찰로 사고 직전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청은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핼러윈을 맞이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력 투입과 인원 통제 등 안전 관리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사고와 관련 정부 차원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윤 청장은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 대응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며 "이번 사고가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총제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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