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압사 당할 듯" "소름 끼쳐" 저녁 6시 신고했지만, 도보순찰은 밤 10시였다

이태원 파출소 핼러윈 근무일지 입수..."윗선 상부 별도 지시 없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경찰의 미흡한 인력배치와 보고체계에서 나온 사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련 상부의 지시가 따로 없어 최일선인 파출소에서도 늦장 대응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3일 매일신문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 근무일지에는 10명의 야간 근무조는 밤 10시부터 도보 순찰을 시작했다.

처음 112에 신고된 시간은 이보다 약 4시간 전인 저녁 6시 34분이었다. 신고자는 해밀턴호텔 앞 좁은 골목을 정확히 가리키며 인파가 뒤섞여 압사당할 것 같다며 경찰에 도움을 구했다. "너무 불안하다", "소름이 끼친다"는 공포감도 표현했다.

밤 9시에서 최초 119 신고가 접수된 밤 10시 15분 사이에도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라거나, 사람 죽을 것 같다며 통제를 원하는 신고가 7건 잇따랐다.

그런데도 현장 최일선에서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이태원 파출소는 9시까지 8명의 인원이 차량으로 순찰을 했을 뿐, 도보 순찰 인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또 순찰 2팀의 전체 인원은 11명으로 명시됐으나, 2팀 당일 근무자는 업무 배제된 팀장 1명이 빠진 10명이었다. 또 야간 근무조의 근무 시작이 저녁 7시 30분부터였지만 저녁 8시부터 근무가 시작됐다.

이태원 파출소 관계자는 "이날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도보 순찰이 밤 10시부터 시작된 데 대해서는 "사실상 이날 모두가 퇴근 없이 전부 대기하는 상태였다"면서 "대기하는 인원이 모두 투입되면서 밤 10시부터 도보 순찰이 시작됐다"라고 답했다.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당일 근무일지에는 핼러윈 관련 상부 지시가 별도로 없어 파출소에서도 대응에 혼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2 신고 처리에서도 드러났다. 경찰 신고는 상부 기관인 시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접수된 후 심각성과 긴급성에 따라 5단계 코드를 지정돼 일선 경찰서에 다시 내려간다. 신고 8건에 출동이 꼭 필요한 '코드 0'과 '코드 1'로 분류했지만, 현장에는 관리 인력이 부족해 신고조차 파악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경찰 지휘부는 이러한 보고·지휘 체계가 비판받는 상황에 대해 "기동대 투입을 결정했지만 일선의 공식 요청은 없었다"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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