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희망 준 봉화 광부 ‘기적의 생환’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4일 밤 무사히 생환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의 기적이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 광산 제1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작업반장과 보조 작업자는 제1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지만 버티고 이겨낸 것이다. 이들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면서 기적처럼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생환은 이태원 참사로 충격과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에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국민들은 이들의 생환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쾌유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적이 그냥 온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무사 귀환 염원 노력의 결과"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태원 참사로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두 광부의 현명한 대처와 필사적인 노력, 구조대의 끈질긴 분투가 기적을 만들었다. 작업자들이 생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체온 유지와 수분 공급 등 대피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0m 땅속에서 삶의 희망을 잃지 않은 광부들과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이 생존의 원동력이 됐다. 24시간 쉬지 않고 굴착 작업을 한 동료 광부들과 소방대원들의 헌신도 감동을 준다.

경찰은 매몰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 광산에서는 지난 8월에도 같은 수직 갱도 내 다른 지점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 같은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와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의 역할과 책임, 재난 시스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봉화 광부들의 생환을 보면서 생명과 이웃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힘겹고 어려울수록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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