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호 트라우마 치료 정운선 경북대병원 교수 "전체 맥락에서 참사 진단해야"

"잇따른 참사로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생각 깊어져…코로나 사태로 충격 심화"
"재난 이후 잘못된 소문 등에 휩쓸려선 안 돼…사회 전반 변화 위해 힘 모아야"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또다시 젊은 층이 대거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두 참사는 각각 어린 학생, 젊은 층에서 희생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대형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잇따라 겪을 경우 정신 건강에 오랫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동안 단원고에 머물면서 생존 학생뿐만 아니라 충격에 빠진 단원고 학생 전체의 상담을 도맡았다.

정 교수는 7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창 사회에 대해 배우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성립할 시기에 청소년들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 '어른들은 위험에 처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세상에 대한 인지가 바뀌는 경험을 했었다"며 "그런데 또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나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한다'와 같은 생각에 더욱 공감하게 됐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참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동체적 유대가 비교적 약해진 분위기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그는 "올해 키워드가 자기 자신만을 챙기는 '나노(Nano) 사회'인데, 코로나19에 이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2중으로 충격이 온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겪지 않고 참사가 벌어졌을 때보다 더 충격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때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이번 참사로 트라우마가 또 쌓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재난이 발생하면 ▷잘못된 소문 ▷편가르기 ▷다른 사람 탓을 하는 현상이 잇따르게 되는 만큼, 개개인이 이 같은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재난이 발생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참사 후 이런 현상을 접하면 '올 게 왔구나'는 태도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대형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는, 특정인의 잘못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위해 힘써야 하며, 전체적인 맥락으로 사회를 진단해야 한다"며 "참사를 누구의 잘못으로 모는 것이야말로 참사를 미시적으로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책임을 잘못으로 몰고 잊어버리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데,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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