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김용복(69) 씨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의 자백 전까지 김 씨는 딸이 실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파악됐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씨의 가족은 지난 2020년 3월 수원지법에 정부를 상대로 2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지연됐다는 것이 소송 제기의 이유다.
김씨의 가족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존엄, 인격권을 도외시한 수사 편의와 성과주의로 기본 윤리 의식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정부) 소속 경찰관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원고들의 분노와 울분 등 정신적 고통은 심해졌다"고 밝혔다.
김씨의 가족은 딸이 실종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딸 김(당시 8세) 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이 사건은 30여년 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2019년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김양이 살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춘재는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자백과 함께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는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김양 실종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경찰이 김용복 씨와 김양의 사촌 언니 참고인 조사에서 김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것이 확인되고, 사건 발생 5개월 뒤 인근에서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혐의가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A씨 등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 김용복 씨가 사망하고, 김 씨의 아내는 2년 전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김양의 부모가 모두 숨지면서 김씨 부부의 아들이자 김양의 오빠가 홀로 소송을 맡게 됐다.
김씨 가족 변호인은 "부모로서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등) 마지막 희망까지 무너지니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손해배상 금액을 기존 2억5천만원보다 많은 4억원으로 변경했다.
변호인은 "신체 건강하고 충분한 기대 수명이 남아있던 김양의 부모는 경찰의 위법 행위가 밝혀진 지 불과 2∼3년 안에 모두 사망했다"며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행위의 영향이 결코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 대한민국의 소송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객관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부득이 가출 사건으로 처리됐던 것"이라며 "이 사건은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폭력 내지 인권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선고일은 오는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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