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중동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선선한 날씨 속에 막을 올렸다.
20일 오후 4시쯤(현지시간) 기자는 카타르 도하 중심부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알베이트 스타디움으로 가는 미디어 셔틀 버스에 올라탔다.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55분 정도로, 예상했던 시간과 얼추 비슷했다. 그러나 일찍 출발한 일부 국내 취재진의 상황은 달랐던 것 같았다. 한 국내 취재진은 "교통체증을 고려해 서너 시간 일찍 출발했는데, 그 시간대에 차량이 몰려 정체가 심했다. 귀성길 고속도로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며 "개막식에 늦을 것 같아 버스에서 내려 1~2km를 걸어온 사람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장에 도착한 오후 5시쯤부터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의상을 입은 축구 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특히 개막 경기를 치르는 카타르와 에콰도르 팬들이 많았는데, 각각 자주색과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개막식 직전에 이르러서는 해가 서서히 지면서, 경기장 주변은 초가을 시기에 부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얇은 외투를 입지 않으면 다소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서자 더욱 쾌적함이 느껴졌다. 경기장 내부의 냉방 시스템이 '풀가동'되면서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에는 최적의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각국 취재진이 앉은 기자석에는 에어컨 바람이 직접적으로 불지 않았지만, 경기장 전체가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개막 행사는 오후 5시 40분쯤 시작됐다. 메인 무대에 BTS 정국의 '드리머스(Dreamers)'의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정국의 화려한 공연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관중석 곳곳에서도 휴대폰을 들고 정국의 모습을 담아내려는 모습이 보였다.
환상적인 행사와는 달리, 개막전에서 드러난 카타르의 태도를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현지인들의 실망스러운 관중 의식 때문이다.
월드컵 개막을 알리는 첫 경기에서 주최국 카타르는 에콰도르에 0대 2로 패배했다. 에콰도르는 전반에만 2골을 몰아쳤고, 카타르는 후반전에도 내내 주도권을 쥐지 못한 모습이었다.
무기력한 모습 때문인지 카타르 현지 관중들은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킥오프 전까지만 해도 6만여 석 규모의 경기장이 꽉 차 있었지만, 전반전이 끝난 뒤엔 빈자리가 속출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전체 관중석의 3분의 1 정도가 텅텅 비어 있었다. 노란색 옷차림으로 빽빽하게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 에콰도르 응원단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교통 문제는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이 끝난 뒤에도 발생했다. 경기장 주변에 있는 주차장에서 혼잡스러운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세계에서 모인 1천여 명에 가까운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카타르 월드컵 메인미디어센터(MMC)와 알베이트 경기장을 연결하는 미디어 셔틀 버스에 탑승하려고 하니 버스가 턱없이 부족했다. MMC와 알베이트 경기장은 47km가량 떨어져 있어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상황.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취재진의 행렬은 200m가량 이어졌다.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황급히 셔틀버스 수십 대를 긴급하게 투입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를 보면서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은 한마음으로 환호성을 냈다. 취재진들은 40여 분가량의 기다림 끝에 45인승 버스를 타고 오후 11시가 돼서야 MMC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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