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은 더 이상 경기의 일부분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도입된 첨단 AI기술이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다"라는 스포츠계의 오래된 속설을 여지없이 깨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각국의 자존심을 건 축구 열전이 펼쳐지는 월드컵은 작은 판정 시비 하나가 큰 논란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전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월드컵에서 특히나 심판의 오심으로 승부의 방향이 확 달라진다면 그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간다. 심판도 사람인 만큼 판정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기에 매번 월드컵마다 판정 시비는 단골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판정에 대한 논란이 비교적 '잠잠'하다. 개막전부터 주요경기마다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되는 사례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도 이를 지켜보는 관중도 별다른 항의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덕분이다.
경기장에 설치된 12대의 추적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된 공인구 '알 릴라'를 이용한 첨단 판독 기술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관절 움직임을 29개로 세부적으로 나눠 추적하는 한편, 알 릴라 속 센서는 1초에 500회 이상 공의 위치를 감지해 비디오판독시스템(VAR)으로 전송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해 심판에게 알린다.
이런 기술은 이번 월드컵 최대 변수로도 떠오르고 있다.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전반 3분 에콰도르 선수가 터뜨린 첫 골을 무효로 만들면서 월드컵 첫 골 기록을 바꾸기도 했고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팀(사우디아라비아)에 패배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된 아르헨티나도 이 기술 때문에 울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에 세 차례나 골을 넣었지만, 매번 VAR에 의해 노골이 선언되면서 결국 패배의 쓴 맛을 봤다.

28일 펼쳐진 스페인과 독일의 경기에서도 전반 40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프리킥을 독일 안토니오 뤼디거가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면서 득점 취소가 돼 결국 1대1로 비겼다.
같은 날 앞서 모로코와 벨기에의 경기에서도 전반 하킴 지예시의 프리킥이 골망을 가르면서 모로코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했지만, VAR 판독 결과 모로코의 골이 취소됐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더라도 공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오프사이드가 아니지만, 공을 건드리지 않은 선수들이 골키퍼의 시야를 가렸다고 간주될 경우 해당 상황에서 기록된 골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매 경기 VAR 판독으로 득점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첨단 판독기술 도입이 고질적인 판정 시비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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