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매일신춘문예 심사평] 동화

딴청 부리며 전개 풀어내는 이야기꾼 반갑다

임정진 동화작가
임정진 동화작가

많은 동화가 접수되어서 아직도 동화를 쓰는 분들이 많은 사실에 감사했다. 이제 더 이상 책은 매력적인 매체가 아니라고들 하는데 어린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려 애쓰는 분들이 이렇게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어린이들은 즐겁고 모험이 가득 찬 이야기를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에 응모된 이야기들의 소재를 보면 세대 간의 소통, 반려동물 이야기, 우정과 따돌림, 미래배경의 SF이야기 등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이러했다. 첫째 어린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인가. 둘째 어린이들이 읽고 나서 친구들에게 읽어보라 권할 글인가. 셋째 어린이들이 읽고 나서 마음 속에 어떤 느낌이 남아 나중에 한 번 더 읽고 싶은 글인가.

'달나라 절구를 찾아라!'는 그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달토끼 이야기는 수많은 동화에서 그림책에서 등장한 소재였다. 그런데 이번 달토끼는 달랐다. 처음부터가 긴장감이 있었다. 약이나 떡이 아니라 소원을 빻는 토끼인데 절구가 깨졌다. 이건 큰 일 아닌가.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할 것인가. 약은 약국가서 구하고 떡은 떡집 가서 사면 되는 세상이라 괜찮은데 소원은 빻는 절구는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절구를 찾다 동생을 잃어버리는데 그 동생은 입양한 동생이다. 절구가 깨진 이유는 내가 나쁜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사건들도 흥미롭지만 사건의 해결방법도 독자의 허술한 예상을 빗나간다. 갈등과 깨달음의 전개를 이렇게 딴청을 부리며 풀어내는 이야기꾼이 반갑기만 했다. '원시인이 어때서'도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었는데 조금 더 밀집도 있는 이야기로 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미 이야기는 많지만 독자들은 늘 새롭고 멋진 이야기를 기다린다. 새로이 출발하는 이야기꾼이 앞으로 우리에게 보여줄 흥미로운 모험을 기다리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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