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깨버리려 했던 '문경 달항아리', 국내 최고가 3억원에 팔려 화제

문경 김영식 사기장 의도치 않게 삼겹 달무리 생겨난 국내 최초 백자달항아리 제작
국내 도자기 갤러리 판매 최고액

국내 도자기 갤러리 판매 사상 최고액인 3억원을 기록한 문경 김영식 사기장의 달무리 달항아리. 유백색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삼겹의 달무리(달의 주위에 나타나는 동그란 빛의 띠)가 연상되는 무지개결이 특징이다. 김영식 사기장 제공.
국내 도자기 갤러리 판매 사상 최고액인 3억원을 기록한 문경 김영식 사기장의 달무리 달항아리. 유백색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삼겹의 달무리(달의 주위에 나타나는 동그란 빛의 띠)가 연상되는 무지개결이 특징이다. 김영식 사기장 제공.

작가 마음에 내키지 않아 깨서 버리려했던 3년된 경북 문경의 백자 달 항아리가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도자기 갤러리 판매 사상 최고가인 3억원에 팔려 화제다.

20일 국내 도예계에 따르면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 전시중이던 높이·너비 각각 60cm의 한 백자 달항아리를 50대 남성이 3억원에 구입했다. 이 남성은 사업가로 알려졌다.

이 달항아리는 담백한 유백색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삼겹의 달무리(달의 주위에 나타나는 동그란 빛의 띠)가 연상되는 무지개결이 특징이다.

이 달항아리를 만든 주인공은 문경 8대 백자명문가 장손인 '조선요' 김영식(54) 사기장이다. 김 작가는 사기장 부문 경상북도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김 사기장은 "달항아리에 나타난 달무리 형상과 무지개결은 요변(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일) 현상을 통해 우연하게 만들어졌다"며 "내가 다시 만들 수 없을뿐더러 누구도 흉내 낼 수도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문경 8대 백자명문가 장손인
문경 8대 백자명문가 장손인 '조선요' 김영식(55) 사기장. 사기장 부문 경상북도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9년 이 작품을 완성한 후 만족스럽지 못해 깨서 버리려 했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순백색 달항아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고민 중에 햇빛이 달항아리를 비추자 유백색 바탕위에 삼겹의 달무리가 연상되는 결이 드러나 신기해서 보관했다고 한다.

한 중견 도예인은 "작가의 실력에 자연의 힘이 가미돼 이렇게 나온 요변현상은 정말 처음 본다. 가끔 한줄 정도의 결이 나올 수 있으나 달항아리에 무지개 빛 달무리 형상의 결이 3줄이나 나온 것은 독보적 희소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사기장은 "갤러리 등에서 서양화는 수십억원을 호가할 만큼 거액 거래 사례가 있지만 도자기 분야에서는 3억원 이상 거래는 처음 있는 일이라 들었다"면서 "아마도 8대째 가업을 이어온 문경백자 장손인 저를 선대 사기장님들이 지켜주시고 행운을 내려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달 항아리=둥근 보름달을 빼닮아 이름이 붙여졌다. 소박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조선 백자로, 동시대 중국, 일본에서 만들어진 다른 자기들이 갖지 못한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 한국적 우아함의 극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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