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균형발전 도움" VS "교육 정치 중립 훼손" 팽팽

탈 많은 교육감 직선제, 시도지사와 함께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 대안될까
尹대통령·교육부 러닝메이트제 도입 찬성… "지방 균형발전 위해 필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자치 훼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교육감 선거 제도를 중심으로 본 교육자치의 발전 방향' 국회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공

정당 공천이 없는 현행 시·도교육감 직선제의 개선 방안으로 떠오른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 등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동반 입후보해 선출하면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007년 도입된 직선제… 부작용 노출

2007년 부산을 시작으로 실시된 교육감 직선제는 간선제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하고, 주민 대표성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교육감 직선제는 그동안 여러 비판에 휩싸여 왔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과 추천을 받지 않아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어, 이름이 알려진 현직 교육감에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

정당에 소속되지 않아 후보자 개인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비용보전 제도가 있지만, 유효투표의 10% 이상 득표에 실패하면 후보자는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 받을 수 없다.

교육감 직선제를 손 봐야 한다는 여론은 지방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선거가 끝나면 다시 잠잠해지곤 했다.

◆"지방 균형발전 위해 러닝메이트제 필요"

그러다 지난 7월 김선교·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현행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후보가 직접 교육감을 지정해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지방교육자치에 대한 법률 및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논쟁이 점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교육부가 이달 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된 러닝메이트제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출하고, 1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것이 지방 균형발전에 도움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하며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현행 직선제의 경우 교육 철학에 대한 공유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지방시대에 맞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러닝메이트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택환 대구교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교육계에는 우스갯소리로 '패가망신하고 싶으면 교육감 선거에 나가라'는 말이 있다"며 "정당 없이 후보자 개인이 과도한 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교육에 대해 잘 알지만 돈이 없어서 교육감 선거 출마를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정치 종속에 대한 우려도 많은데, 이는 세부적인 법 조항 마련으로 대안을 세우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반면,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확대, 학부모의 교육 참여 증대 등 현행 직선제에서 이뤄낸 성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교육자치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러닝메이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날 토론회에서 "주민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며, 교육 자치를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직선제 유지 입장을 밝혔다.

임성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돼있는데, 교육을 정치에 예속화하는 러닝메이트제는 이런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가령, 현재 홍준표 대구시장은 무상급식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만약 대구시교육감이 러닝메이트제로 당선되면 무상급식을 지켜낼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감, 진보정치권은 물론 전교조에서도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직선제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김규태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직선제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러닝메이트제가 갖는 장점들을 절충하는 방향으로 주민직선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감 입후보 사전 연수제 도입, 임기 중 비리나 비위가 있는 교육감에 대한 재선을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