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1일 제주시 구좌읍 당처물동굴에서 약 1㎞ 떨어진 도로. 전신주를 교체하던 중 갑자기 전신주가 아래로 쑥 빠져버렸다.
그렇게 뚫린 구멍에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전문가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 동굴'이라는 찬사를 받은 용천동굴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간 일반인이 출입하기 쉽지 않았던 용천동굴이 첨단 기술과 만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이달 3일부터 대전시 서구에 있는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명승 등 자연유산을 실감형 콘텐츠로 소개한다고 2일 밝혔다.
실감형 콘텐츠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뜻한다.
각종 표본이나 영상, 사진 자료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마치 다른 대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거나 영상 속에 들어간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전시 내용을 설명하는 패널 위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총 6종의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관람객이 자연유산을 쉽게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전시관 복도에 마련된 체험구역에서는 반달가슴곰, 노랑부리저어새, 산양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 관람객의 움직임을 따라 하거나 서로 교감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비단벌레, 솔부엉이, 수달, 팔색조, 원앙 등 여러 천연기념물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지질 전시 구역에서는 휴대전화로 정보무늬(QR코드)를 촬영하면 한반도에 발자국 화석을 남긴 실제 공룡의 모습을 AR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 공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불과 물이 만든 기적, 용천동굴 대탐사' 체험실이다.
체험실은 3차원(3D) 스캔 연구 자료와 10대의 프로젝터, 스피커 등을 활용해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용천동굴과 가능한 한 비슷하게 구현해냈다.
관람객들은 그간 '공개 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접하기 어려웠던 용천동굴의 모습을 생생히 느끼면서 동굴의 생성 과정, 호수 구간을 포함한 내부 모습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소리가 울리는 듯한 효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관 내 천연보호구역과 명승 전시 구역에서는 제주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을 조명한다.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천연보호구역'을 주제로 펼쳐지는 360도 전면 파노라마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천연보호구역 11곳과 명승 129곳의 사진, 정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미디어 패널 공간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매머드 골격 화석과 이를 VR 기술로 재현한 영상을 상영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골격 표본과 함께 내장기관, 근육, 가죽, 털 등이 순차적으로 생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털매머드의 생생한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