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만 들어도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겐 그립고 보고싶고 존경하는 '시' 자 들어가는 어른이 있습니다. 제 시삼촌, 작은아버님 '여동회' 어르신입니다.
어느덧 제 나이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제 나이 23살 되는 해에 그 분을 만났습니다. 한 눈에 예쁘게, 똑똑하게 봐 주시던 작은아버님. 남들은 '시'자 들어가는 식구들의 말만 들어도 시금치도 안 먹게 된다는데 저는 그 분을 존경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훌륭하신 작은아버님. 온갖 가족들의 집안 일들을 언제나 앞장서서 해결해 주셨죠. 당시 작은아버님은 대통령을 간선으로 뽑던 시절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셔서 대통령 선거권도 갖고 계셨던 분이었습니다. 또 우리 벽진면 농협조합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셨던, 존경할 만한 분이셨습니다. 그 분이 지켜봐 주셨기에 오늘날 저와 저희 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저는 상고를 졸업하고 어느 사무실에 근무할 때 큰 키에 잘 생긴 얼굴이었던 남편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작은아버님을 만나 뵈었을 때 '이 집 어른들은 인자하시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자하신 그 분과 남편을 보고는 결혼을 결심했고 집안의 귀여움도 독차지하며 두 남매를 낳았습니다.
행복도 잠시, 저는 10년 쯤 지난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쓰러져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에 갔는데 의사의 말이 간암 말기라고 하더군요. 그 당시 제 나이 36세. 저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대병원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우리나라의 최고 권위자라는 분을 만나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정말 하늘나라로 두 남매를 두고 떠났습니다. 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못 생겨도, 돈이 없어도, 건강이 최고란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옆에서 저를 챙겨준 건 작은아버님이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우리 집 앞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찾아와 "질부는 눈이 살아있어서 잘 살거야"라고 하던 그 분의 말이 지금도 제 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요새 조합장 선거 기간이라서 그런지 꿈에서도 작은아버님이 나타나 저를 격려해주고 늘 지켜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들, 딸이 다 결혼해서 성주읍내에서 큰 상가를 짓고 손자, 손녀와 잘 살고 있습니다. 작은아버님의 그 한마디 한마디 말이 오늘의 우리 가족을 행복의 지름길로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작은아버님이 우리 집안에 지어준 가훈 '소안유복(笑顔有福)', 즉 '웃는 얼굴에 복이 있다'라는 말, 항상 가슴에 새기며 즐겁게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항상 웃는 얼굴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지요. 그 곳에서도 우리 애기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가족 잘 챙겨주시고 언제나 우리 가족 '스마일' 할 수 있도록 봐 주세요. 너무나 생생한 작은아버님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실 모습 생각하니 또 만나 뵙고 싶습니다. 다음 세상에 가도 남편과 작은아버님 만나서 행복한 가정 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아버님,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 파이팅, 스마일 할 수 있도록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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