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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장지연 '블로엔' 책방지기…"혼자보단 함께할 때 더 즐겁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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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동네책방 '블로엔'을 운영하는 장지연 마음나눔사회적협동조합 팀장이 다음날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 사용할 동화책을 살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도훈 기자

일요일인 지난 2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지저동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책방 '블로엔'에 네 명의 여성이 모였다. 이들은 반가운 얼굴로 음료를 준비해 마시며 지난 한 주의 근황을 나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후 이들은 각자 가져온 책을 조용히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준비해온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독서를 마친 뒤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블로엔이 운영하는 필사모임 '필사살롱'이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며 참가자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모임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6일 전인 지난달 27일 이곳에선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펼쳐졌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14주 동안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으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선 이것 말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식물을 키우며 자연을 알아가는 '텃밭모임', 제철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제철요리 반찬봉사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해 진행하는 '아침 사회과학 낭독 모임'과 '저녁 세계문학도서 낭독모임', '매일 5줄 글쓰기 모임' 등 온라인 모임도 있다. 올해 블로엔이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모임은 모두 11개. 책을 파는 책방이라기보다는, 도란도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사랑방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곳은 마음나눔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책방지기는 장지연(45) 팀장이 맡고 있다. 이날 블로엔에서 만난 장 팀장은 "생태·환경, 돌봄, 문화 등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더 즐겁고 생각도 더 깊어진다는 믿음으로 블로엔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책방
책방 '블로엔' 전경. 김도훈 기자

-정원과 텃밭이 있는 독특한 책방이다. 이 공간은 언제 만들어졌나.

▶대학 졸업 후 고향 대구를 떠나 경남에서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2015년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직장을 그만뒀고 무작정 대구로 왔다. 직장생활을 할 때 '언젠가 퇴사를 하게 되면 농사일을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해왔었기에 대구에 와서는 화훼·조경 분야 공부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한 모임을 통해 현재 협동조합 이사장님과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만나게 됐다.

당시 이곳은 이사장님과 그 지인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정리가 안 된 모습이었지만, 조금만 고치면 매력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제가 이곳에서 뭔가 해보길 원했다. 조금은 공적인 일을 하다 나중에 직업이 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대구시의 마을공동체만들기 공모사업에 지원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엔 문체부 산하 기관인 지역문화진흥원 공모에도 선정됐다. 이를 위해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에 건물을 조금씩 정비하면서 지금의 블로엔 공간이 탄생하게 됐다.

-'블로엔'이란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다.

▶불로동 쪽에 있어서 붙어진 이름이라고 오해를 많이 받는다. 사실 블로엔(bloeien)은 네덜란드어로 '꽃을 피우다', '피어나다'란 의미다. 저희가 지향하는 부분을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지역명과 발음이 비슷한 점도 매력 있게 다가왔다.

동네책방
동네책방 '블로엔'을 운영하는 장지연 마음나눔사회적협동조합 팀장이 책방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서점이라고 하기엔 무척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처음부터 서점을 한 건 아니다. 몇몇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을 경험한 뒤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제대로 정착시켜보자는 의미였다. 2019년 마음나눔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든 배경이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몇 년 뒤 지원금 사업이 줄면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기에 민간이 하기엔 '좀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상시 문을 여는 공간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책방을 열게 됐다. 2023년의 일이다. 책방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저는 사업 초기부터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책방을 열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으로는 상시 오픈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지금도 제가 외부 강의를 나갈 때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 공식적인 상시 오픈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 인건비를 줄 형편도 아니어서 늘 고민이다.

-반찬봉사모임은 다소 의외다.

▶협동조합을 만들 당시 안정적인 운영을 고민하다 돌봄 사업을 메인으로 삼았다. 돌봄분야 첫 사업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나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는데 2020년 초에 코로나가 터지며 시작도 못 했다. 팬데믹 상황이 조금 나아질 무렵, 그동안 큰 고립감을 느꼈을 1인 가구 청년들과 함께 모여 밥을 지어 먹고, 넉넉히 만든 음식을 지역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리며 안부를 묻는 프로그램을 한 달에 한 번 대안으로 진행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다. 중간에 지원금이 끊어진 이후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제겐 상당히 뜻 깊은 모임이다. 그동안 다양한 모임을 운영했지만 정말 공통체라는 생각을 한 건 이 모임이 처음이었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어울려 모두가 모임장이 된 것처럼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본 거다.

올해는 '제철음식 반찬봉사'란 이름을 내걸었다. 지난달 25일엔 중복인 절기에 맞춰 삼계탕과 연잎밥을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게 가져다드렸다. 올해부터는 요리를 주도해온 봉사자들의 조리방법을 배워보는 교육도 겸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대구 동구 지저동에 있는 책방
지난 2일 오후 대구 동구 지저동에 있는 책방 '블로엔'에서 '필사살롱'이란 이름의 필사모임이 열리고 있다. 김도훈 기자

-정원사모임, 텃밭모임도 독특하다.

▶블로엔이 지향하는 분야는 생태·환경, 돌봄, 문화(책·영화) 등 크게 세 가지다. 이들 모임은 생태·환경 프로그램으로 생태적인 관점에서 정원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격주로 7차례 운영한 '지구와 공동체를 돌보는 정원사 과정'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자면 대다수 사람들은 '정원'이라는 단어에서 예쁜 꽃을 떠올리지만, 정원엔 지렁이나 이름 모를 풀도 함께 자란다. 씨앗을 심는 단계에서부터 채종(採種)에 이르기까지 꽃의 일대기를 함께하며 정원 생태계 전체를 함께 바라보고 자연·생명 등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텃밭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수익이 나는 사업이 이니다. 그럼에도 열정적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이유는 뭔가.

▶오프라인 프로그램 프로그램은 매회 1만원을 받는다. 매일 진행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은 하루 1천원, 월 3만원을 받고 있다.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 수익만을 생각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책방을 열 때도 책을 파는 곳을 꿈꾼 건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에 책을 많이 두는 것도 좋지만, 이곳에서 편하게 책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 같은 공간이었으면 한다. 블로엔이 동네 사랑방 같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습도 반가운 일이다.

최근 필사모임 모임장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 이 모임을 통해 삶이 변화하고 있다고. 예전엔 소비를 많이 했었는데, 사람들을 만나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게 되면서 그런 부분들이 엄청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 소소하지만 이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참 행복하다.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동네책방
동네책방 '블로엔'을 운영하는 장지연 마음나눔사회적협동조합 팀장이 블로엔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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