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등 교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교육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년제인 교원양성과정을 5·6년제 석사급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교육대·사범대 통·폐합과 교사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교전원…5, 6년제로 석사급 교사 배출
교육부는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개혁 중 하나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 계획을 밝혔다. 올해 4월까지 시범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시범학교 2곳을 선정하는 등 내년에 교전원을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4년제인 교육대와 사범대 교육과정을 개편해 수업 연한을 5·6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졸업생에게는 전문 석사학위나 정교사 1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교육부는 양성 규모와 교육 목표만 제시하고 운영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 경우 '대학 내 자체조정'이나 '기관 간 통합'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대학 안에서 기존 학부와 교전원 과정을 연계하거나, 교대와 사범대 등 대학 간의 통·폐합도 선택할 수 있다.
교육부가 교전원을 추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장 전문성 향상이다. 이를 위해 '실습 학기제'가 강화된다. 현재 4~8주에 불과한 실습 기간을 최소 한 학기에서 1년까지 늘려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은 18일 열린 전국 교원양성대학 교수총회에서 일반대를 졸업한 후 진학하는 '교전원'(2년제)보다 '학·석사 연계 5·6년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총장은 "전 과목을 담당하는 초등 교사 특성상 교직과 교과 과목 등을 이수해야 하고, 여기에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교육실습을 더하면 2년제인 교전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 교사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4년에서 2년으로 줄어 전문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부와 석사를 연계한 5·6년제 교사 양성체제는 교육실습 기간 연장과 대학원 강좌 연계를 통해 교원의 학생 지도 역량을 높일 수 있고, 도입 후 1년간 졸업생을 배출하지 않기에 교원 과잉 공급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그동안 교육계에선 대학원 수준의 다양한 교원양성 방식이 논의돼왔다. 크게 ▷교육 기간 6년 연장 ▷2+4년(학부 교양 2년, 전문교육 4년) ▷4+2년(학부 교육 4년, 전문교육 2년) 등이 있다.
6년 연장은 전문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기존 교대가 유지돼 구조조정 효과가 미흡하고 졸업생의 임용 보장이 없으면 학생들 불만이 커질 수 있다. 2+4년은 학생의 전공 선택권이 강화되지만, 새로운 학제 도입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4+2년은 소수 정예 교사 양성으로 수급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사범대 폐지에 따른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 수급 불균형 해소…개방형 제도 필요성
교전원 도입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원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생 수는 올해 520만 명에서 2029년 약 425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8.2%의 감소율이다. 특히 이 기간 초등학생이 258만 명에서 170만 명으로 34%나 급감한다.
교직 인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해 전국 10개 교대의 정시 경쟁률은 1.87 대 1로 지난해 2.2 대 1보다 낮아졌다. 올해 입시에서 수능 최하위 9등급을 받은 학생이 교대 1차 정시모집에 합격하는 등 우수 학생 유입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원양성 과정이 석사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교전원은 교육 현장 연구와 실습 경험을 갖추고, 또 다양한 분야의 인재에게 교원 기회를 넓힌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례를 보면 교원양성기관 수업 연한이 석사급인 경우가 적지 않다. 전체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중등 교원의 경우 독일은 6.5년, 이탈리아·아일랜드·오스트리아 등이 6년, 프랑스·핀란드·스위스 등 13개국이 5년, 스웨덴 4.5년 등 18개국이 우리나라보다 교육 기간이 길다. 초등교원도 독일(6.5년)과 프랑스(5년) 등 11개국이 우리나라보다 더 오랜 기간 교육을 거친다.
지필 고사 중심의 현재 임용제도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 현재 초·중등 교원 임용시험은 논술형과 단답형, 서술형인 1차 시험과 적성 심층 면접과 수업 실연·실기로 구성된 2차 시험으로 진행된다. 1차 시험 성적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장보다는 시험공부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대·사범대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교육부는 당장 올해 4월에 교전원 시범운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초등(교대)과 중등(사범대) 교원양성 현장에선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사범대 교수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4월에 곧바로 시범학교를 선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제도마다 장·단점이 있고 이해당사자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를 거쳐 추진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비 교사들의 반대가 거세다. 교전원 도입 과정에서 대학 간 통·폐합과 교사 정원 감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전국 10개 교육대와 초등교육과 학생회 연합체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이날 광주교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전원은 공교육을 책임질 교사 양상마저 입시와 경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석사 과정 편성보다 현재 학부 내 실습 수업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며 교전원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김호연 전주교대 총학생회장은 "교전원 도입부터 학·석사 연계 5·6년제 논의가 이뤄지기까지 예비 교사의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반영된 적 없다"고 했고, 성예림 서울교대 총학생회장은 "현재 4년제에서 학제 개편과 실습 내실화를 시도하지도 않고 5·6년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전국의 교원양성대학들도 사상 처음으로 교수총회를 열고, 교전원 도입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였다. 박승배 전주교대 교수는 "5년제 학·석사 통합과정으로의 교대 개편은 변화하는 학교 환경에 대응하고, 교사 전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홍주 춘천교대 교수는 "교전원이 도입되면 초등교사가 되는 데 현재 4년에서 5·6년으로 기간이 늘고, 기회비용이 증가해 교직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결국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교대와 사범대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미래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해 역량과 현장성을 갖춘 예비 교원을 양성하고자 교전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교사 정원 감축을 의도하고 있지 않다. 교대와 사범대를 통합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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