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25일 당 대표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인으로서 최대 위기에 부딪혔다. 인지도 높은 4선 국회의원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스타 정치인'으로서 줄곧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집권여당 사령탑 도전을 꿈꿨지만 친윤(親尹)계 압박을 못 버틴 채 '백기투항'했다.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반윤(反尹) 낙인'으로 다음 총선 공천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무엇보다 중진 지도자로서 결기를 못 보인데 대한 이미지 타격도 크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이날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정치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무엇보다 다음 총선 공천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도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 밝혔다. '낯선 정치 현실'은 당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자신을 비판하는 초선의원들의 성명서나 대통령실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은 친윤계에 '당내 민주주의', '진박 감별사' 등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압박에 맞섰다. 그러나 저출산위 부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거론했다가 대통령실 참모가 이를 실명 비판하면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전당대회에 '개입'되는 상황이 됐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해촉' 대신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해임을 두고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직접 반박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윤심이 등을 돌렸다는 확실한 메시지로 읽혔다.
친윤을 자임한 나 전 의원으로서는 '반윤'(반윤석열) 낙인까지 선명해지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설 연휴를 기점으로 여론조사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간 것도 불출마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김기현·안철수 의원에게 뒤졌다.
이러자 나 전 의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분위기가 최근 며칠 새 급격하게 불출마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전날 측근들과의 회의에서도 출마·불출마 의견이 팽팽했지만, 하룻밤 더 숙고하겠다던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참모진과 만난 자리에서 불출마 입장을 전달했고, 두 시간 뒤 당사에서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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