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조부모까지 4대봉사, 시대착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 "조혼습속 사라진 오늘날 부정 의견"
조선시대 4대봉사원칙 제도적 명시된적 없어, '대면조상 제사로 한정해야'
유림사회, "불천위도 없애라는 말이냐?. 조부모 얼굴모르면 안지내도 되나?"

한국국학진흥원은 조혼이 사라진 요즘에 얼굴도 모르는 고조부모와 증조부모 등 4대봉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대면 조상으로 한정하는게 맞다는 의견을 내면서 일부 유림사회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경국대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조혼이 사라진 요즘에 얼굴도 모르는 고조부모와 증조부모 등 4대봉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대면 조상으로 한정하는게 맞다는 의견을 내면서 일부 유림사회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경국대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조혼 습속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고조부모나 증조부모를 대면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또 기억도 없는 상황에서 4대봉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이 제례문화의 바람직한 계승을 위해 내 놓은 '고조부까지의 4대봉사, 그 숨겨진 진실'에서 밝힌 말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모·조부모·증조부모·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신다. 이를 '4대봉사'(四代奉祀)라 한다.

이를 둘러싸고 한국국학진흥원은 1일 "4대봉사가 절대적 규범은 아니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며 "조선시대에는 누가, 누구의 제사를 지내는지를 법으로 규정해뒀다. 조선시대에는 고조부모까지의 제사를 지내는 이른바 4대봉사원칙이 제도적으로 명시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1484년 성종 때 편찬된 조선시대의 법전 '경국대전'에는 "6품 이상의 관료는 부모·조부모·증조부모 3대까지를 제사 지내고, 7품 이하는 2대까지, 벼슬이 없는 서민은 부모 제사만을 지낸다"고 명시돼 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는 관직의 품계에 따라 제사 범위를 법률로 제정한 것이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경국대전'을 비롯해 1474년에 편찬된 '국조오례의' 등에도 신분별로 조상제사의 대상에 차등을 두고 있었으나, 주자가례를 신봉하는 유학자들에 의해 4대봉사가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유교에서는 신분에 따라 조상제사의 대상을 각각 달리했는데, 주자가례에서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4대봉사를 주장하면서 정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미영 연구위원은 "조혼(早婚)으로 고조부모까지 4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흔했기에 고조부모의 제사를 모시는 4대봉사가 당연시됐으나, 조혼 습속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시대착오적 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교적 성향이 강한 경북지역의 종가에서도 증조부모까지의 3대봉사, 조부모까지의 2대봉사로 변화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조상제사는 개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종의 추모의례다. 이런 점에서 조상제사의 대상을 '대면조상'으로 한정시키는 것은 매우 합리적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림사회에서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성균관을 비롯해 전통의례의 간소화에 대한 의견이 속속 나타나고 종가문화의 혁신 등으로 전통제례에 대한 변화가 있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안동의 A모 유림 어르신은 "대면조상 제사로 한정시킨다면 '불천위'를 부정하는 것이냐? 게다가 조부모의 얼굴을 모르면 2대봉사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 제사에 대해서는 집집마다, 가문마다 절차와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지침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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