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 체포동의안 정국이 임박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이 '예행연습'이라는 수식을 달아 비판하기도 했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당시 기록이 함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사례가 넘어설지 여부다.
▶노웅래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12일 검찰이 2020년 2월부터 12월에 21대 총선 선거비용 등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총 6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웅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된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안'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나, 그렇지 못하는 경우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토록 하고 있는데,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은 후자의 경우였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된다.
이어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여야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체포동의안 상정 여부를 두고 충돌을 벌일 것으로 보이고, 만약 안건이 상정된다면 '여소야대' 구도를 바탕으로 하는 표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던 대선 공약을 그래도 실현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그대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정국이 이어지게 된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언급한 자기 사례가 눈길을 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53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문재인 정권 시절 소위 강원랜드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억울한 일이었지만, 당을 위해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며 "당당하게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 영장이 기각됐고, 문재인 정권에서 1, 2, 3심 모두 무죄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지 않은, 낙선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대선 공약 역시 '대통령'이 아닌 이재명 대표가 지킬 당위성은 약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이재명 대표는 별도 언행을 하지 않은 채, 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호위'(국민의힘 등의 표현은 '방탄')의 모습으로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체포동의안 상정에 이어서는 여야의 표 대결이 관건이 되는데, 이게 노웅래 의원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바탕으로 전망된다.
바로 '비명계'의 목소리 내지는 입지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 시기 및 당 대표 취임 초기에 비해 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불체포특권 등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현행법상 체포동의안을 통하기보다는 권성동 의원이 직접 나가서 영장심사를 받았던 것을 따르는 게 일관되고 깔끔하기는 하다"고 밝혔다.
▶다만,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오마이TV '성경환이 묻고 박지원이 답하다'에 출연,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지는 못할 것"이라며 "제가 오랫동안 정당 생활을 한 경험에 의거하면, 그래도 같은 당이기 때문에 절대로 찬성표는 못 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 기본소득당(1석) 등이 체포동의안에 동의하고 더불어민주당(169석)에서 28석 이상 이탈표가 나올 경우 체포동의안 가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원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무소속(7석)에서는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예상이다.
그런데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11시 23분쯤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치의 문제점, 위민(爲民) 위당(爲黨)이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당을 책임질 사람이 당에게 자기 책임지라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쓴소리를 하며 '돌아설 결심'을 시사하는 등 무소속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게 반대 161표 대 찬성 101표 구도였던 노웅래 의원 사례와 비교, 얼마나 달라질지 또는 같은 수준이 될지에 관심이 향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 때보다 더 많은 반대표가 나올 경우 되려 지지층에 '대 정부여당' 프레임을 어필하며 일종의 결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를 매개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힘을 모으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는 곧바로 '김건희 특검' 추진에도 정치적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풀이다.
그러나 노웅래 의원 때와 비교해 반대표가 더 적게 나올 경우,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이재명 대표의 향후 입지에 타격을 주는 맥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큰 치명상이고, 부결되더라도 노웅래 의원 때 161표보다 적은 수의 반대표가 나오면 이 역시 이재명 대표 1인 독주 체제 약화의 시그널(신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당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며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는데, '불체포특권'이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는 별도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이르면 28일 표결에 부쳐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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